주부 김모(42·서울 영등포구)씨의 아들(8)은 몇 달 전 갑자기 눈 통증을 호소했다. 잘 보이지 않는 듯 자주 눈을 비볐다. 안구건조증이었다. 의사는 “인공눈물과 안약을 넣고, 스마트폰이나 PC를 멀리하라”고 주문했다. 김씨는 “어린 애가 안구건조증에 걸릴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아이가 하루 1~2시간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데, 당분간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9세 이하 환자 5년 새 33% 증가 #미세먼지 심해져 어른도 발병 늘어
미세먼지와 스마트폰 때문에 안구건조증 비상이 걸렸다. 특히 9세 이하 어린이 환자가 5년새 33%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4일 안구건조증 환자가 2013년 약 212만명에서 지난해 약 231만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중 9세 이하는 2만1586명에서 지난해 2만8775명으로 늘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층의 양이 줄거나 질이 나빠지면서 건조하거나 뜨거워지고 흐리게 보이는 병이다. 노화 증상이어서 50세 이상 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박종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컴퓨터·스마트폰·태블릿PC 등 영상단말기 사용이 늘고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가 악화하면서 안구건조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50대가 가장 많고 60대, 70대가 다음이다.
신선영 서울성모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최근 안구건조증을 앓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미세먼지와 알레르기성 결막염이고, 스마트폰이 안구건조증 증세를 악화시킨다”며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을 보호하는 눈물막이 생성되는데 스마트폰을 많이 쓰면 눈 깜빡임이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이들의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각막에 상처가 생기고, 각막 상처가 심해지면 안구건조증이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난시 등이 생겨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