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사과상자' 현장 어떻게 덮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찰이 20일 밤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의 승용차에서 현금 4억원이 들어 있는 사과상자 2개를 압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20일 밤 민주당 조재환(57) 사무총장이 민주당 최낙도(68)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 받는 현장을 덮칠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제보 덕분이었다. 조 총장 체포 당시 호텔 주변에는 서울경찰청 수사2계 직원 15명가량이 이미 잠복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 전 의원은 15일 서울에 있던 후배 신모(51)씨에게 "조 총장에게 전달할 현금 4억원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신씨는 최 전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문모(42.무직)씨와 함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현금을 마련했다. 19일에는 김제로 내려가 최 전 의원을 만났다.

그러나 신씨 등이 돈을 빌리기 위해 여러 사람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급전'을 만드는 이유를 일부 발설한 게 화근이었다. 최 전 의원이 '공천헌금'을 준비 중이란 얘기는 김제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타 후보 진영에 흘러 들어갔다.

경쟁 후보 측은 17일께 경찰에 이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보망을 가동해 최 전 의원 측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의 감시망에 걸린 사실을 몰랐던 최 전 의원 등은 20일 오후 1시30분쯤 김제 시민운동장 부근 주차장에서 사과상자 두 개에 1000만원짜리 돈다발 20개씩을 각각 채워 넣은 뒤 서울에서 조 총장과 '접선'했던 것이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