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하려 딴 자격증 10여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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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시장씨(왼쪽)가 노숙인 김명석(55)씨의 병세를 살피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안씨는 사재 200만원을 들여 김씨가 어깨 골절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짬이 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노숙인과 독거 노인을 돌보는데 보내고 있는 경북 포항의 소방공무원 안시장(55)씨.

그의 봉사 인생은 30년 전에 생긴 상처에서 비롯됐다. 1973년 공군 하사관 시절 만난 한 사병. 집안 일 등으로 심한 고통을 겪어오던 그 후배는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돕던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안씨는 "한동안 자책감에 시달리다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안씨는 83년 소방공무원이 됐다. 목숨을 구하는 직업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쉬는 날이면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찾아 나선 것은 이 부족한 느낌 때문이었다.

어려운 이들의 삶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돕다보니 보일러 설치. 전기 공사.이발에 간병까지 못하는 일이 없게됐다. 경락마사지.봉침술 등 봉사 활동 때문에 따게 된 기술자격증도 10개가 넘는다.

알코올중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2004년 빈집을 직접 수리해 쉼터도 만들었다. 사재를 털어 진료를 받게 한 이들이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머물 공간이 필요해서다.

봉사활동으로 생긴 빚도 수천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거절했다. 안씨는 "공무원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돌보던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고 나면 허탈감 때문에서라고 했다. 하지만 안씨는 "사회에서 포기한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기쁨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다"고 했다.

안씨의 가장 큰 후원자는 아내와 아들.딸이다. 아내는 안씨가 일터에 나간 동안 밥과 반찬을 해 쉼터에 나르고 환자들의 병수발을 도왔다. 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아들.딸도 봉사에 열심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일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 '꽃과 어린왕자'가 수여하는 제6회 우정선행상 최고상인 대상과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이 상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 2001년 제정됐으며 매년 선행의 주인공을 찾아 시상하고 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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