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선진국 모임 G8을 고발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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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야만의 주식회사
G8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
수전 조 지 외 19인
시대의창, 387쪽,
1만5000원

G8(주요 7개국+러시아)은 지구촌 어젠다 설정의 주역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돌며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무역, 기상변화, 개발도상국의 과도한 부채, 에이즈 등을 논의한다. 지구촌을 이끄는 여덟 명의 현자처럼 보이지만 반(反) G8 진보운동가들이 주축인 이 책의 저자와 편집자들은 이들을 '8인의 갱단'으로 규정한다.

지은이의 한 사람인 올리비어 히드먼은 G8이 "글로벌 대기업의 이익을 잘 챙겨주는 강대국 클럽이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G8은 기업권력이 막강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만큼 이들의 입장에서 모든 어젠다를 처리한다는 주장이다. 기상변화와 환경위기 대처 방안이 미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들이 볼 때 아프리카를 원조한다는 의제도 따지고 보면 선진국 이익을 위한 것이다. 원조의 대가로 서비스 사업의 민영화라는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G8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자유무역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예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이 생산하는 코코아 콩에는 원자재라는 이유로 낮은 관세를, 이를 가공한 초콜릿에는 높은 관세를 매김으로써 개도국의 원자재 수출을 유도한다.

특히 농업 부문의 자유무역은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모든 인류를 먹여살리고 남을 정도인데도 한쪽에서는 기아가, 다른 쪽에서는 잉여 농산물이 넘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농업 개방으로 인한 소농의 몰락 때문이다. 자유 무역을 "닭장 안으로 들어간 여우의 자유"일 뿐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에이즈 창궐도 G8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시장 주도'라는 논리가 보건의료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필수의약품 구매에서 다국적 제약기업의 약품 관련 특허를 강조하는 바람에 가난한 나라의 보건 문제 해결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사람에게는 자기 논리를 강화할 기회이고, 그 반대인 사람에겐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 기회 좋은 기회다. 일본의 경제평론가가 쓴 '90%가 하류로 전락한다'(후지이 겐키 지음, 재인)도 이 책과 일맥상통한다. 글로벌화가 양극화의 신분사회를 만들어 중산층을 붕괴시킨다는 미래 예측을 담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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