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비리특위 청남대 현장조사|문마다 경계…2시간 걸려 본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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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5공비리특위의 1일 청남대조사는 지난달 12일의 「조사거부」 이래 두번째로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7시간40분 동안 진행됐는데 출입절차에 대한 시비로 본관건물까지 들어가는 데만 2시간10분이 걸리는 등 초반부터 신경전.
이날 특위위원들은 오전 9시20분 두 대의 관광버스로 국회를 출발, 청남대입구에 11시50분에 도착, 홍성철비서실장, 최병렬정무수석, 임재길총무수석 등 청와대비서진과 김용갑총무처장관의 영접을 받았는데 바리케이드가 쳐진 첫번째 정문 앞에서부터 신원확인 문제로 옥신각신.
조사단은 세번째 철문초소에서 경비대장이라는 육군소령이 『이곳은 요소마다 초범이 배치돼 있으니 출입을 삼가달라』고 하자 『비무장지대냐』 『조사관을 협박하는거냐』며 또 한차례 승강이.
특히 『국회출입 사진기자들은 사전통보를 받지 못해 못 들어간다.』고 하자 의원들은 『조사방해』라며 즉석 간사회의를 열고 일부 의원들은 『철수하자』며 버스에 다시 승차하는 등 흥분.
결국 최병렬정무수석이 중재에 나서 8명의 국회사진기자들이 건물 외곽선이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겠다는 약속과 경비병 1명씩을 대동하는 조건으로 출입이 결정돼 오후 2시에야 본관으로 입장.
○…야당의원들은 청남대건물의 지하통로여부와 전전대통령이 지난해 태풍 셀마 내습시 숙박여부를 주요공략목표로 삼아 집중 추궁.
김동주·김법환의원(이상 민주) 등은 『본관 건물 8m 지하로 내려가면 수평통로가 있으며 이곳으로 걸어가면 호숫가가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지하통로에 물이 들어오면 본관건물이 무너지므로 지난번 건설장관이 청남대표고가 85m라고 했으나 지하 8m를 빼면 실제표고가 77m이며 △따라서 전전대통령이 청남대에 묵었기 때문에 경호원들이 수위가 올라가자 댐 관리 통제소로 달려가 홍수위(80m) 아닌 만수위(76·5m)에서 방류케 했다는 기존 자신의 주장확증을 얻겠다며 지하통로 색출에 주력.
이들은 지하 3층에 내려가보니 헬스시설이 있는 방 이외에 통로가 없자 베니어판으로 지하통로를 차단했을 것으로 추정, 벽면을 뜯어볼 것을 요구.
이에 임총무수석은 『양심껏 말하지만 지하 통로는 없다.』고 강조.
이에 『비상시 적의 제1목표의 하나가 이곳이 될 것이며 그렇다면 외부로 통하는 지하대피로가 없는 게 이해가 안간다.』면서 직접 호수면 쪽으로 가 확인했으나 발견에 실패.
김법환의원은 『최근 덤프트럭을 동원, 자재를 실어 날랐다는데 무슨 작업을 했느냐』고 지하통로 은폐공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묻자 임수석은 『1개월 동안 빗자루하나 치운게 없다. 덤프트럭은 오늘 행사를 위한 의자 등을 실어나르기 위한 것』이라며 단호하게 지하실 벽을 뜯을 용의까지 표명했으나 추후 설계도면을 보여주는 선에서 절충.
야당의원들은 지하통로 수색은 실패했으나 전전대통령이 셀마 태풍 당시 1주일간 체류했다는 공식답변을 얻어내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
최정무수석은 전전대통령의 숙박을 시인하면서 △그러나 대청댐의 수문을 연 것은 금강 범람으로 1백29명의 희생자를 냈던 7월22일 하루 뒤인 23일로 수문 개방과 피해는 연관 없다 △청남대 표고는 92m이며 어떤 시설물도 홍수위선 80m 이하에 위치하지 않는다고 수문조작 의혹을 부인.
야당측은 『전전대통령이 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일단공세를 멈췄는데 앞으로 수문일지의 조작가능성, 지하통로 은폐여부는 추후 공략한다는 방침.
손주항의원(평민) 등이 2층 욕조와 수도꼭지는 프랑스 및 이탈리아제 금도금제품이라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면서 『위원장과 4당 간사만이라도 2층 침실을 봐야한다.』고 요구했는데 홍비서실장은 『보통 호텔수준의 시설일 뿐 금도금제품은 없다.』면서 『2층은 침실이니 개방치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당부해 결국 이기택위원장이 『오늘로 조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니 의문점으로 남겨두고 돌아가자』고 중재해 일단락.
○…이날 야당의원들은 대림산업이 22억원 상당의 본관건물을 지어 기부한데 대해 선정경위·특혜여부를 추궁했는데 손주항의원은 『대림이 기부댓가로 범한관광항공을 설립인가 받아 초대회장에 전두환씨의 친형 전기환씨를 앉힌 것 아니냐』고 질문.
김총무처장관은 답변에서 『범한은 70년대부터 있던 회사이며 대림은 명예로 생각하고 자진 기부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
야당의원들은 인근주민 피해·보상책을 추궁했는데 김봉조의원(민주)은 『80년 대청댐 준공 때 정종택 당시 충북 도지사가 대청댐 주변 국민관광지 개발을 발표해 인근 주민들이 투자를 해왔는데 총무처는 81년부터 청남대 부지매입을 시작해놓고 83년 1월 청남대 건물을 준공한 뒤인 2월에야 관광지 개발을 백지화시켰다.』면서 『관광지 지정취소는 청남대 건립 때문이 아니냐』고 추궁.
홍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인근주민들이 대통령 전용시설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야지 결과적으로 피해를 받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보상에 성의를 다하겠다.』고 답변.
김총무처장관은 『건립 당시부터 총무처·비서실에서 예산을 편성, 공개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의혹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관계기관과 주민피해보상책을 협의중이며 진척상황은 특위에 보고하겠다.』고 답변.
○…청남대 본관은 2층 8백16평으로 중간까진 돌을 발랐으며 기와는 청기와를 얹었고 내부의 벽은 상아색·흰색 등 청와대풍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
본관주변은 잘 다듬어진 잔디· 주목·등나무·반송·소나무 등 고급수목과 탑모양의 석등·정원등(등)의 상당히 손이 간 조경시설이 돼 있었다. 건물 뒤쪽으론 분수대가 붙어 있었고 잔디를 30m쯤 지나면 시계가 열리면서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자연석으로 만든 5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호숫가와 만나느라 호숫가 한쪽에는 조그만 선착장이 있었으며 모터보트가 천막에 덮인 채 있었고 부표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본관 왼편으로 가면 25m 길이의 수영장과 1면짜리 테니스코트가 있었는데 수영장 주변엔 청색 카피트가 깔려 있었다. 또 본관 주변 쓰레기통은 금색으로 도색, 그 위에 호랑이 형상을 새겼다.
본관을 나와 경내 오른쪽 도로를 따라 철문을 지나면 골프장이 있는데 1홀 규모에 모두 5개의 그린을 두어 방향을 바꿔가며 돌 수 있도록 설계. 골프장 옆엔 휴게실과 전망대를 겸한 그늘집이 있었다.
본관 입구 앞쪽으론 잔디를 40여m 지나 아래편으로 가면 70m 길이의 다용도 간이구장이 있었는데 이곳은 축구구장으로 사용된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
본관 내부로비는 바닥도 대리석이며 호화 샹들리에가 2개 걸려있고 입구반대편 벽면은 유리로 했고 로비우측엔 대통령 집무실로 보이는 거실이 있었다.
집무실엔 소형 책상과 소파 8개가 「보통사람 스타일」로 배치돼 있었으며 책상 위엔 테이프·스테이플러·연필통·스탠드가 놓여 있었다.
○…청남대에서 제공한 점심을 든 특위위원들은 오후 3시부터 임시회의장으로 마련한 로비에서 임재길총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청남대 현황을 보고 받고 질문공세.
임수석은 청남대 건립 전에는 경남 진해의 도서별장인 저도를 이용했는데 이 지역은 간첩선의 잦은 출몰로 경호안전상 위험지역으로 판단돼 청남대를 지었다고 건립 배경을 설명.
임수석은 청남대는 제2집무실의 역할을 하며 외국의 국가원수도 대부분 제2집무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예로 미국의 캠프 데이비스 별장, 서독의 슈로스벨트비 별장(베를린), 프랑스의 파비욘 드마를리르르와 별장 등 3곳, 일본의 나스별장 외 2곳 등이 있다고 예시. <청남대=박보균·조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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