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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피해 복구 힘을 모으자] '툭하면 범람' 낙동강 수해지역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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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몇번 물난리를 겪어봤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인기라. 이런기 날벼락이라카는 거 아이가."

14일 오후 경북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주민 박우목(60)씨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천여평의 논이 물에 잠겨 농사를 망쳤다는 朴씨는 "물이 차오른 높이가 태풍 '사라'때와 같았다"며 이날까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낙동강 물이 지류인 회천으로 역류하면서 둑이 터져 물바다가 된 도진리는 마을 전체가 온통 황톳빛이었다.

마을 입구 도로에서 면사무소와 파출소로 이어지는 도로는 물에 잠겨 차량 대신 보트가 오가는 수상 마을로 변했다.

육군 50사단 장병 1백여명이 찢긴 비닐하우스 등 쓰레기를 치우느라 허리춤까지 차는 물속을 헤집고 다녔고, 소방용 보트 3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쓸 만한 가재도구를 끌어냈다.

도진마을 1백10가구 중 22가구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

도진리가 물에 잠긴 것은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안동댐의 방류로 낙동강 고령교 지점 수위는 위험 수위를 1m 넘긴 12m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8㎞쯤 떨어진 곳에서 낙동강 물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령군과 경찰은 주민들에게 대피 준비를 지시했다.

오후 8시쯤부터 마을 저지대에 물이 조금씩 차더니 갑자기 황톳물이 마을로 밀고 들어왔다.

마을 아래 회천의 도진 제방 70m가량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들판 수십㏊도 물바다로 변했다. 낙동강 물이 마을 쪽으로 5백여m를 역류하면서 13일 밤 지류인 설화천의 둑이 터졌기 때문이다.

"올 농사는 완전히 망쳤데이.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노."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낙동강변 주민들의 한숨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고령=홍권삼 기자

<사진설명전문>
낙동강 지류인 회천을 막고 있던 도진 제방이 태풍으로 불어난 낙동강의 수압을 견디지 못해 70m가량 무너지면서 마을이 침수된 도진리 주민들이 14일 보트를 타고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고령=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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