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熱받은 한반도' 기상이변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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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기상 변화가 심상치 않다. 해마다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대형 태풍이 찾아온다.

추석 연휴 기간 중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 지난해 강릉지역에 9백70㎜의 비를 퍼부은 '루사', 2000년 서해안에 깊은 상흔을 남긴 '프라피룬'등….

올 여름에는 하루 걸러 비가 내려 '춘우추동(春雨秋冬)'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박사는 "최근 강수량 증가.집중호우 등을 감안할 때 기상이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워지는 한반도

지난 1백년 동안 기온이 평균 1.5도 높아졌고 주변 바닷물 온도는 겨울철인 2월에 2도 상승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1도 올라가면 공기 중의 수증기는 7%, 강수량은 1~2%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기적으로 강수 일수는 줄지만 강수량은 늘어나 강수 강도(비가 내린 날의 강수량)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올해는 강수량이 많고 비도 잦았다.

윤석환 기상청 기상홍보과장은 "기후변화는 10~50년, 더 길게는 1백년 단위의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한 뒤 이야기할 수 있는 만큼 한두 해의 기상 이변으로 기후가 달라진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이변은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났다. 올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프랑스 등지에서 2만여명이 사망했다.

지난 5월 인도에서도 기온이 치솟아 1천5백명이 사망했다. 지구 기온은 지난 1백년 동안 0.6도 상승했고 1867년 이래 지구촌의 연평균 기온 상위 10위까지가 80년 이후에 나타나는 등 온난화 현상이 뚜렷하다.

◇강한 태풍 발생

지구가 더워지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열을 내놓아 강한 태풍이 발생한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도 1980년 이후 북서 태평양에서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송영배 교수는 "지구가 더워진다는 것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적도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후 어떻게 바뀔까

200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100년에 지구의 이산화탄소는 5백40~9백70ppm으로 증가하고 평균기온은 1.4~5.8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IPCC의 예측 방식을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2100년에 기온은 지금보다 평균 3.5~4.4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0~1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산업혁명 이전인 1750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백80ppm이었으나 최근에는 3백70ppm으로 31% 증가했다.

기후변화의 요인으로 ▶10만년 주기의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의 변화▶태양 흑점의 변화▶화산 활동과 먼지 등을 들기도 한다.

강찬수 기자<envirep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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