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 '속도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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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론으로 물갈이 논의에 불을 붙였던 한나라당의 30, 40대 소장파 의원들이 14일 인적청산론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남경필.오세훈.원희룡.박종희.정병국.권영세 의원 등은 이날 모임을 열고 "국감이 임박하고 수해가 큰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 갈등을 불러일으킬 인적쇄신 공세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러기로 한데엔 정치권의 다툼에 대한 유권자들의 싸늘한 추석민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장파들은 대신 조만간 있을 여권의 신당 출범과 관련, 이들에 앞서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내년 총선에서 화두로 등장할 '변화와 개혁'이라는 이슈를 선점, 선거판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소장파 의원들은 ▶정치자금 투명화▶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지역주민도 참여하는 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제도) 도입 등 공정 경쟁제도 마련▶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등의 방안을 당론화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당초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5, 6공 청산론'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하는 등 물갈이 대공세를 예고했던 소장파의 방향선회에 대해 최병렬 대표와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崔대표가 방미 전 "내가 없는 동안 당내에는 별일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원희룡 의원은 "다소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편 4선의원이자 미래연대 고문인 이상득(李相得.68)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장파의 뜻은 좋으나 60세 이상이니 영남이니 5, 6공이니 하는 것은 표현이 미숙하다"면서도 "그러나 당의 껍데기만 바꾸고 색칠하는 리모델링 수준으로는 안 되고 대폭적인 이노베이션(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물갈이를 한다면 비리 연루자, 당과 국회에 기여하지 않은 자, 5.6공 출신자 중 민주활동 탄압 관련자 등이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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