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이공계 교수들의 하소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과 열정을 어느 곳에 기울여야 할 것인가.

응급 환자에게는 생명 연장이 최우선이듯 일부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최적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과학기술자를 양성하는 이공계 교수나 연구인력도 자신들을 향한 국민적 성원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요즈음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그들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주역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우수한 인적 자원을 이공계로 유도할 방법과 제도는 없다.

정부도 이공계 공직 확대와 장학금 지급 등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이것으로는 미흡하다. 공직에 진출한 일부 이공계 인사에 대한 배려와 장학금 보조 때문에 이공계로 진로를 택할 젊은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우수 이공계 학생에게는 장학금과 함께 대폭적인 병역 대체 복무 제도로 그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병역 특례를 형평성 문제를 들어 비판하겠지만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적절한 의무 부과와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하면 된다.

또 우수 이공계 인력들에게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가적 기술 개발로 국익을 창출한 과학기술자를 국민적 스타로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들이 각종 국가 주요 직책에도 임용되고 선망을 받으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즉 전문성을 가지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우선시하는 테크노 엘리트가 훨씬 많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공계를 택하더라도 의약계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범희 서울대 교수 로봇 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