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날씨가 왜 이래… 난기류에 비행기 승객 21명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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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있는 높이 3m, 길이 20m가량의 담장이 강풍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20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선경아파트 담장 옆에 주차된 차량 5대가 파손됐다. 부산=송봉근 기자

오늘은 비가 내려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 그러나 요즘은 봄날씨가 아니다. 새벽녘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사진위·춘천), 강원도 한계령에는 눈이 내렸다. [연합뉴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임모(65)씨는 20일 아침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었다. 초겨울처럼 바람이 찼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날 아침 서울 지역 체감온도는 영하 1.4도로 곤두박질쳤다. 강원도 한계령 정상엔 15㎝의 눈이 쌓였다.

4월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럽다. '4.8 황사테러'가 있었는가 하면 낮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같은 날도 있었다. 그러다 19일부터는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찾아왔다. 곳에 따라서는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까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가 "날씨가 하도 오락가락해 정신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그러나 "21일 낮부터 서울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 19도를 기록하는 등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고 전망했다.

◆ 봄엔 비가 올수록 따뜻해진다=봄철 날씨는 원래 변덕스럽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의 찬 공기(기단)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기단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라며 "여름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어느 쪽 힘이 더 세냐에 따라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그래도 '봄에는 비가 오면 올수록 따뜻해진다'는 속담이 있다. 저기압이 통상 남쪽(중국 하남)에서 발생, 한반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저기압이 오면서 그 아래의 따뜻한 공기도 따라 함께 온다. 그래서 기온도 올라간다. 9일과 10일 제주 등 남해안 지방에 큰 비가 내린 뒤 20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철 저기압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했다.

◆ 속담 뒤엎은 19, 20일 추위=그러나 19, 20일 추위는 속담과 달랐다.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왔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철 간혹 북쪽에서 저기압이 온다"며 "이때 후면의 찬 공기도 따라 내려와 기온이 내려가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번 저기압은 동해상으로 이동하면서 상층의 한랭 저기압(지상 9㎞ 지점 영하 35도)의 영향을 받아 더욱 발달했다. 그 결과 후면의 찬 공기가 강하게 쏟아져 들어왔고 이게 남쪽의 수증기를 품은 따뜻한 공기를 강제로 파고들면서 천둥.번개.우박 등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돌풍이 분 것도 이런 공기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 서울 지역은 19일 오전 1시40분쯤 16.6도를 기록한 이후 수은주가 내려가기 시작해 자정께 3.2도를 기록했다. 초속 6m의 강풍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낮 최고기온은 9.2도밖에 안 됐다. 강원도 태백엔 4.2㎝, 대관령엔 2.6㎝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2004년 4월 27일 대관령에 6.1㎝의 눈이 내린 적이 있다"며 "이상 추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북쪽에서 저기압이 또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피해 속출=곳곳에서 추위와 강풍 피해가 생겼다. 20일 오전 10시쯤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선경아파트의 3m 높이 담장이 강풍에 20m가량 무너져 승용차 5대를 덮쳤다. 같은 날 경남에선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넘어지면서 5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6시40분 김포발 제주행 대한항공 KE 201편을 시작으로 모두 4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남부 지역 도서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19일에는 상하이발 KE 876편이 김해공항의 기상 악화 탓에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던 중 난기류를 만나 급하강, 승객 21명이 부상하는 일도 있었다.

고정애.이원진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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