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교하기까지'라는 말 쓰려고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지금 이 시점에도 과거의 부당한 역사, 즉 침략 전쟁으로 확보한 점령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수로 측량을 추진 중인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한 뒤 "그러다 보니 단지 그저 화해하겠다는 말만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할 때 동북아시아에 어떤 평화구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간절한 소망을 얘기했었다"며 "그러나 별 진전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선의를 가진다고만 되는 일이 아니고 이를 위해서는 그야말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 난관을 극복하고 한반도는 물론 멀리 동북아시아의 모든 사람이 평화와 협력의 토대 위에서 공동의 번영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드러울 때는 부드럽고 강할 때는 강하게, 또 엄숙할 때는 엄숙하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 필요하다면 간교하기까지'라는 말을 쓰려고 했는데 좀 지나친 것 같아서 그 얘기는 안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말미에 노 대통령은 "사태의 해결을 위한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 "여러분이 믿고 도와 달라"고 참석한 교계 인사 3000여 명의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