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데르센 전 북한 대표팀 감독, 인천서 펼치는 ‘축구 동화’ 2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노르웨이 출신의 욘 안데르센 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기 위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연합뉴스]

노르웨이 출신의 욘 안데르센 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기 위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북한대표팀을 이끌며 한국말을 많이 배웠습니다. 주로 축구와 관련한 용어들이지만, 선수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웬만큼 알아듣지요. 인천 선수들이 내 이야기를 할 땐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하하.”

인천 유나이티드 새 감독으로 입국 #북한의 아시안컵 본선행 이끌어 #“축구 통한 남북교류 역할 맡고파”

노르웨이 출신의 욘 안데르센(55)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니이티드의 감독을 맡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인천 창단 이후 역대 8번째이자 베르너 로란트(독일), 일리야 페트코비치(세르비아)에 이어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평양에서 북한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인터넷과 중국 TV를 통해 K리그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면서 “인천은 현재 강등권에 있지만, 경쟁력이 충분하다. 남은 19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최초의 외국인 득점왕에 오른 바 있는 안데르센 감독은 2년 전인 2015년 북한대표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서 탈락한 북한이 축구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안데르센 감독을 스카우트했다. 북한이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한 건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두고 팔 체르나이(헝가리) 감독을 스카우트한 이후 그가 두 번째다.

북한축구대표팀과 기념 촬영을 한 안데르센 감독(뒷줄 맨 왼쪽)의 모습. [사진 안데르센]

북한축구대표팀과 기념 촬영을 한 안데르센 감독(뒷줄 맨 왼쪽)의 모습. [사진 안데르센]

취임 당시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의 핵 개발과 열악한 인권 문제 때문에 내가 평양에 가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것”이라면서 “축구는 (북한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일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해 북한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동아시안컵과 아시안컵 예선에서 잇달아 본선행을 이끌어내며 전문가들로부터 ‘북한 축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취임 초기 북한대표팀은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전술 뿐이었다”면서 “지난 2년 간의 노력을 통해 비로소 ‘축구’를 하는 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계약이 끝난 뒤 북한을 떠난 이유에 대해 안데르센 감독은 “아시아 무대에서 다음 단계에 도전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안데르센 감독의 연봉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안데르센 감독과 결별이 확정된 이후 북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무척 아쉬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 축구대표팀은 총 서른 명이다. 대표선수들도 클럽 축구와 마찬가지로 평양에 위치한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합숙한다. 주중에 훈련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소속팀에 돌아가 경기를 치른 뒤 복귀하는 시스템”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축구와 농구 등을 좋아하는 스포츠 매니어다. 스포츠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인천 유나이티드가 북한 축구대표팀 또는 북한의 축구 클럽과 친선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북한팀이 K리그에 참여하거나 북한 선수들이 K리그 진출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며 축구를 통한 남북교류에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