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간돼 주목받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지음, 그린비), '방각본 살인사건'(김탁환 역사소설, 황금가지),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등을 보면 지식 사회의 한 흐름을 느끼게 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모두 '18세기 조선'이란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18세기를 다룬 책이 몇년 새 눈에 띄게 많이 출간됐다. 유홍준의 '화인열전', 김영호의 '조선의 협객 백동수'를 비롯해 정옥자의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 박광용의 '영조와 정조의 나라', 유봉학의 '정조대왕의 꿈' 등 학계와 출판계에서 18세기에 기울인 관심은 다른 영역을 압도한다.
18세기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데는 번역도 기여를 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읽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도 특징이다. 박제가의 '북학의', 홍대용의 '산해관 잠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 박지원의 연보 '과정록'을 비롯해 '비슷한 것은 가짜다', '이옥 전집' 등이 잇따라 번역됐다.
18세기 조선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시대를 집중 조명하게 하는지 궁금하다. 또 다루는 형식도 기존과 차이가 난다. 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나름의 창조적 역동성을 자유롭게 그려내고 있다.
박제가의 '북학의' '궁핍한 날의 벗' 등을 번역하며 18세기 연구의 불을 댕기는 데 일조한 안대회(42)교수는 "18세기는 조선의 문예부흥기로 연구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활황은 특별하다"면서 "풍부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발굴해 다양한 시각으로 해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