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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 병력 회담장 원천봉쇄…200m까지 쫓아와 "차 돌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ㆍ미 회담 D-2, 현지에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주변선 취재진 쫓아내 # 프레스센터 속속 오픈, 기자 2500여 명 등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전 일찍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 위원장의 숙소로 알려진 세인트레지스 호텔 주변은 경계가 더욱 강화됐다. 중무장한 경비 병력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주변도 마찬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앞에 10일 오전 '폴리스 체크'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앞에 10일 오전 '폴리스 체크'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차량을 타고 700m 길이의 다리를 건너 센토사섬으로 들어가자 카펠라 호텔로 이어지는 도로 앞에서 경찰이 튀어나왔다. "뭐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 질문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그러자 호텔 연결 도로 입구에서 대기하던 현지 취재진들이 달려왔다. 본지 취재진이 현지 취재진에게 취재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비요원들에게 "우린 허가를 얻은 취재진"이라고 설명했지만, "숙박객이 아니면 근처에도 얼씬거릴 수 없다. 빨리 차를 돌려 나가라"며 고압적인 '명령'만 돌아왔다.

할 수 없이 카펠라 호텔 주변을 돌아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휴양지 호텔 쪽에서 카펠라 호텔의 동향을 살피려 했다. 하지만 역시 어느새 뒤를 쫒아 온 경비원 2명이 다가와 '검문'을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은 "허가를 받지 않고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느냐?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불법"이라고 윽박질렀다. "이곳이 처음"이라며 연신 양해를 구한 끝에 간신히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한 번만 더 여기에 오면 경찰에 바로 신고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취재진의 얼굴을 자신의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카펠라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해변가로 나오자 이곳에도 현지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해변가에 설치된 5m 가량 높이의 전망대에서 카펠라 호텔의 지붕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변가의 싱가포르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계속 취재진을 지켜봤다. 카펠라 호텔에서 해변가로 이어지는 곳에는 30m 정도의 구름다리가 걸려 있었다. 현지 언론들이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구름다리를 건너 해변가를 산책하는 광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곳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10일 문 연 국제미디어센터(IMC). 유지혜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10일 문 연 국제미디어센터(IMC). 유지혜 기자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에는 세 군데의 프레스센터가 마련됐다.

가장 먼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정부가 마련한 대규모 국제미디어센터(IMC)가 문을 열었다. 마리나베이 F1 경기장 내 피트 빌딩에 설치된 IMC는 2층과 3층을 통으로 터 프레스센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센터 내에 설치된 수십개의 텔레비전을 통해 미번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미디어 주관사인 채널뉴스아시아 채널이 24시간 방송됐다.

이날 오전 센터가 문을 열기 전부터 등록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많은 기자들이 몰리면서 이날까지 취재승인을 받지 못한 기자들도 다수 발생,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사전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기자들의 IMC 출입은 금지했고, 현장 등록도 불허했다.

센터 내에서는 각국 기자들이 특히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를 벌였다. 이들은 역사적 사건을 취재하는 기분이 어떤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IMC 관계자는 “25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이번 취재를 위해 등록했고, 80% 정도가 외국 언론사”라면서 “일본, 한국, 미국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등록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제작한 북미 정상회담 기념 생수. 유지혜 기자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제작한 북미 정상회담 기념 생수. 유지혜 기자

인근 JW 매리어트 호텔에 위치한 백악관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센터는 이날 낮 12시 개소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한국프레스센터(KPC)는 11일 오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KPC에서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이 진행된다. 북·미 정상회담 뒤에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KPC를 찾아 회담 결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을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법무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이는 전세계에 굉장히 중요한 회담이며, 싱가포르는 보안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보안을 위해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안전한 회담을 위해 육·해·공 기관이 북·미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도착한 이후에는 도로 통제도 엄격하게 이뤄질 방침이다. 싱가포르 경찰은 정상회담 관련 장소 주변을 통제하고 보안 체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인근 도로는 10~14일, 김정은의 숙소로 예상되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 근처 도로는 9~14일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북·미 정상의 모토케이드가 이동하는 경로도 시시때때로 통제된다.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가 제작한 북미정상회담 기념 부채. 유지혜 기자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가 제작한 북미정상회담 기념 부채. 유지혜 기자

싱가포르=김현기·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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