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프로 씨름단체 통합 싸고 폭풍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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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계가 폭풍전야다. 아마추어씨름과 프로씨름의 통합을 둘러싸고 씨름인들간의 이견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씨름계는 아마추어 총본산인 대한씨름협회(회장 최창식)와 프로씨름을 관장하는 한국씨름연맹(총재 김재기) 두 단체가 병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프로씨름단이 잇달아 해체되면서 무게중심이 아마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에 따라 대한씨름협회 중심으로 씨름계가 단일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0년10월 이전처럼 대한씨름협회 산하에 민속씨름위원회를 두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 민속씨름연맹은 대한씨름협회의 도움없이는 대회를 치르기가 힘들게 돼 있다. 지난해 말 신창건설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이제 남은 프로팀은 현대삼호중공업 하나 뿐이다. 지난 3월 민속씨름연맹 주최로 열린 안동장사대회도 대한씨름협회가 산하 지자체팀과 각급 학교 팀들에게 대회 출전을 허용했기 때문에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씨름협회 대의원들과 산하 아마추어팀 지도자들 사이에서 '허울뿐인 민속연맹을 도와주지 말고 고사시키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씨름팀과 등록씨름선수의 99%이상이 대한씨름협회 소속인데 더 이상 민속연맹의 들러리를 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성난 목소리도 있었다. 집행부에 대한 일종의 압력이었다.

19일 전남 구례에서 끝난 제43회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이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대한씨름협회 한 임원은 "민속연맹이 3월 안동장사대회까지만 도와달라고 해서 아마팀들의 출전을 허용했는데, 통합엔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 아마팀들의 출전을 바라고 있는게 아니냐"며 "다음 대회부터는 아예 우리끼리 대회를 치르자"고 집행부에 건의했다.

2월 취임한 최창식 대한씨름협회 회장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최 회장은 "민속씨름연맹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씨름인들이 대동단결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성적으로 해결하자"면서도 곤혹스러워 했다.

최 회장은 "산하 프로팀이 하나에 불과한 민속연맹이 존립할 근거는 이미 사라졌다고 본다. 그러나 그 쪽(민속연맹) 분들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니 좀 더 지켜본 뒤 씨름발전을 위해 어느 길이 합리적인지 숙고한 뒤 행동에 옮기자"고 설득했다.그 시점은 아마 추석장사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이봉걸, 이만기씨등 씨름선수출신 모임인 민속씨름동우회도 민속연맹에서 등을 돌린지는 오래다. 이들은 대표적인 대한씨름협회 우군이다.

따라서 수에서 밀리는 민속연맹의 극적인 양보가 없는 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양보가 곧 백기투항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속연맹 측에서 섣불리 택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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