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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엔 주인·머슴 두 부류,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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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16면

[CEO의 서재] 최양하 한샘 회장

최양하 회장은 ’기업이 성장한 후에도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최양하 회장은 ’기업이 성장한 후에도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가구 회사는 제조업일까. 나무를 자르고 붙여 가구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제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 최대 가구 회사인 한샘을 이끄는 최양하 회장은 “서비스업”이라고 단언했다.

“가구는 서비스업” 발상의 전환 #매일 고객의 불만 사항 직접 챙겨 #이케아 공습 막아내고 큰 폭 성장

“가구는 고객 상담, 설계, 실측, 발주, 시공, 애프터서비스까지 모두 사람이 한다. 한 번 사면 10년도 넘게 사용하는 동안 서비스가 이어져야 한다”며 가구업체를 서비스업으로 재정의한 발상의 전환이 최 회장의 핵심 경영 비결이다. 그는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중 하나다. 1994년 대표이사에 올라 24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동안 한샘 매출액은 1270억원에서 지난해 2조625억원으로 16배 뛰었다.

지난달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최 회장은 "부진할 때보다 빠르게 성장할 때 경영이 더 어렵다”며 "급격히 성장할 때도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나 과제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꺼내 든 책이 『서비스 경영 불변의 원칙 9(김앤김북스)』다. 텍사스 A&M 대학 메이즈경영대학원의 레오나드 베리 교수가 쓴 이 책은 미국 정리용품 전문점 컨테이너스토어, 렌터카 회사 엔터프라이즈 등 14개 노동집약적 서비스 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최 회장은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회사가 급성장할 때 처음으로 서비스에 주목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며 4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단기간에 성장하느라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떨어졌다. 최 회장은 서비스 강화로 차별화에 나섰다. 지금도 최 회장은 매일 고객 불만 사항을 직접 챙긴다.

"하루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고객이 3000명이다. 그중 불만 고객이 몇 명인지, 영업·구매·생산·시공 등 어느 부문에서 불만이 나오는지 매일 확인한다. 고객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불만까지 불만으로 집계한다. 예컨대, 공정상 한 번에 시공해야 하는데 두 번 방문한 기록이 있으면 실패다.”

상담·시공서 사후 관리까지 꼼꼼히

이런 변신은 세계 1위 가구·생활용품 기업인 스웨덴 이케아가 2014년 국내에 진출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북유럽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케아의 진출은 한샘을 비롯한 국내 가구업계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2015년 한샘은 전년보다 29% 성장했다. 일찍이 구축해 놓은 서비스의 힘이었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해 쓸 수 있도록 자재와 부품을 판다. 영업사원도 시공기사도 없다.

‘사실상 모든 기업은 어떤 행위를 통해서든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한 서비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23페이지)’는 구절이 이같은 서비스 중심 경영의 토대가 됐다. 한샘은 시공부문 전문화를 위해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공관리 전문회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은 시공기사 4500여 명은 정기적으로 서비스 품질 교육을 받으며 활동한다.

24년째 사령탑 맡아 ‘샐러리맨 신화’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한샘을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구는 가전보다 큰 시장이다. 국내 매출 10조원은 달성할 수 있다. 2016년 시작한 리모델링 서비스 ‘리하우스(re-haus)’가 자리 잡으면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전자기기에 표시된 ‘인텔 인사이드’처럼, 아파트에 ‘한샘 인사이드’를 구현하고 싶다. 실내는 우리가 건설회사보다 전문가다. 지난해 상하이에 문을 연 첫 직영 매장을 시작으로 중국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대우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회장은 79년 한샘으로 옮겼다. 당시 한샘은 건축설계사 출신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창업한 지 9년 된 연 매출액 15억원의 중소기업이었다. 작은 회사를 큰 회사로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대로 입사 15년 만에 CEO에 오르며 회사를 매출액 2조 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24년째 CEO를 맡다 보니 창업주거나 그 가족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순수한 전문경영인이다. 최 회장이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이유다.

직장인들에게 비결을 알려달라.
"회사에는 두 부류 사람밖에 없다. 주인이냐, 머슴이냐.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
주인은 어떻게 일하나.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 봐야 일한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 주인은 일할 시간을 따지고 머슴은 쉬는 시간을 따진다.”
요즘 분위기에는 너무 구식 아닌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구글 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자신을 구글 사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구글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일한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더라.”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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