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감정」서「반미운동」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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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0년대 한국인의 대 미관변화를 분석한「1980년대 한국에서의 미국 이미지의 변화」라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전남대 미국문화연구소(소장 김태진)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는 지난80년 도부터 지금까지 국내 주요일간지 및 월간지에 게재된 기사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대 미관이「친미감정」에서「반미감정」으로, 다시「반미운동」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대미인식의 결정적 변화는 80년 광주사태라고 지적하고 86년을 고비로 국내의「반미감정」은「감정」차원을 넘어「운동」으로 구조화됐다고 밝혔다.
반미의식은 주로「광주사태」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과 책임에서 시작하여 농축산물·양담배 등을 통한 고압적인 수입개방압력에 대한 비판과 항의로 발전되었으며 근년에 와서는 통일과 관련, 한국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급진적인 경향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가 분석한 대 미관의 변화를 연대별로 요약하면-.
▲60년대=여론조사결과 국민 68%가 미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지적했고, 싫다는 반응은 1%에 불과했다.
▲70년대=공개적으로 미국을 반대하거나 비난하지 않아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반미」가 없는 나라였다.
▲80년대=80년 5월「광주사태」이후 12월 광주 미문화원·82년 4월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대미불만이 폭발.
82년 4월20일에는 최초의 공개적인「반미성명」인 한국사회선교협의회의 성명이 발표된 후86%, 87년에는 학생시위 때「미제타도」「주한미군철수」등 주장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88년=쇠고기수입과 양담배시장개방 등 미국의 수입개방압력문제가 연초부터 대두되면서 한미관계는 통상의 안보·군사·정치적 문제에서 경제문제와 통일문제로 변하게 됐다.
반미는 통일문제와 결합돼 운동권학생들은 미군의 한국주둔이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에서 미국을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가로막는「적대적인 존재」로 보게 됐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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