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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러라고 2차 회담 검토” … 진짜 담판은 가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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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각기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밀고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과의 판문점 실무협의에서 미측 대표를 맡은 성 김 주필리핀 대사는 7일 오후 머물던 숙소에서 체크아웃했다. 하지만 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협의하던 판문점 채널이 닫힌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들이 싱가포르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해 실무협의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한 번에 안 끝난다” 군불때기 왜 #미국 중간선거, 북한은 9·9절 70돌 #회담 이벤트로 우호적 여론 조성 #“이번 회담 구체적 성과 힘들다 판단 #후속 거론하며 안전망 쳐놓는 셈”

외교 소식통은 “통상 정상회담 전에 공관을 통한 실무협의를 진행하는데 북·미 간에는 외교관계가 없어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 대사와 최선희 간에 판문점 협의를 활용했던 것”이라며 “이들이 다른 형태로 협상을 계속할 수도 있고, 급을 달리해 협의가 이어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이런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실무협의에서 정상회담 결과물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명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북측이 CVID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초기 비핵화 조치에 지체 없이 나설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측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부터 내놓으라는 ‘단계적, 동시적 조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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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후속 회담 시간와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한 번의 회담, 한 번의 대화보다 더 있을 수 있다”며 “핵 협상에는 2번, 3번, 4번, 5번의 회담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6·12 싱가포르 회담이 끝이 아니라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말한 적이 있다.

아직 첫 회담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2차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스스로 높여 놓은 기준을 사전에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 CNN 방송은 6일(현지시간) “김정은이 CVID라는 목표 달성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정은은 아직 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는 회담이 하루 더 연장될 것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2차 후속 회담의 시점과 장소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면 아마도 가을에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후속 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해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 휴양지로 즐겨 찾는 곳으로 ‘겨울 백악관’으로도 불린다.

눈여겨볼 대목은 후속 회담의 시점을 가을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가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한창 매진할 때다. 미 정부 관계자가 굳이 ‘가을’로 시점을 흘린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후속 회담을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에게도 가을 후속 회담은 고려해 볼 만한 카드다. 9월엔 북한이 정권수립일로 기념하는 9·9절이 있는데 올해가 마침 70년째다.

김 위원장으로선 가을은 가시적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타이밍이다. 가을 즈음에 트럼프와 다시 만나 담판을 지으며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결국 양 정상 모두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며 회담을 끌고 갈 공산이 없지 않다.

전수진·유지혜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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