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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풍향계] 부산, "1번으로 권력 교체" "2번으로 경제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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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한 지하철역에 붙은 부산시장 선거 벽보.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기호 1번을 강조했고,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강기헌 기자]

부산시 한 지하철역에 붙은 부산시장 선거 벽보.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기호 1번을 강조했고,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강기헌 기자]

“아직 맘을 못 정했어예. 누가 더 잘한다고 합디까.”
6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만난 주부 서정수(37) 씨는 지지후보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다섯살 아들과 함께 장난감을 고르던 서 씨는 “투표날까지 지켜보겠다”며 끝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부산시장 선거는 4년 만의 리턴 매치다. 부산시장에만 4번째 도전하는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의 양강 구도가 초반부터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이성권 바른미래당 후보, 박주미 정의당 후보, 이종혁 무소속 후보도 출마했으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수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7일 부산 남북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이동하며 민심을 살펴봤다. 4년 만에 여야가 바뀐 채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세대간 성향차가 뚜렷한 듯 했다. 6일 국제시장 건어물 가게에 들른 김신자(70) 씨는 “민주당 찍으면 북한에 또 퍼줄 거 아닌교”라며 “그거 막을라고 한국당에 한표 줄겨”라고 말했다. 5일 부산대 앞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강 모(25) 씨는 “무조건 1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자유한국당이 계속 해왔으니 지방권력도 한 번 교체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포스터에도 이런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오 후보의 포스터는 파격적이다. 인물을 우측 하단으로 빼고 기호 1번을 중심에 박았다. 그러면서 “시장을 바꿉시다”라는 문구를 상단에 배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권력 교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 후보는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는 사진과 기호 2번의 비율을 맞췄다. “경제는 서병수. 2번은 경제완성”이란 문구를 통해 안정적인 현직 시장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부산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7일 부산시 강서구 명일동에서 시민들과 만나 "기호 1번"을 외치고 있다. [사진 민주당]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7일 부산시 강서구 명일동에서 시민들과 만나 "기호 1번"을 외치고 있다. [사진 민주당]

4년전 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는 서 후보에게 겨우 1.3%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그만큼 선거전이 치열했다. 이번 선거도 뜨겁다. 이달 초 서 후보 캠프가 오 후보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자, 오 후보가 서울대에서 받은 건강검진결과표를 공개했다.

6일 오후 들른 부산 진구 서면 로터리엔 두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회사원 박권기(43)씨는 “한국당은 마음에 안 들어도 서 후보가 시장하면서 모난 곳은 없었다”며 “그래서 한 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유희영(45)씨는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오 후보가 부산 사정도 잘 알고 행정도 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3일 오전 부산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병수 캠프 제공) 2018.6.3/뉴스1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3일 오전 부산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병수 캠프 제공) 2018.6.3/뉴스1

모의 수능이 치러진 7일 오 후보는 유세차 없이 시민들과 만났다. 강서구 명일동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오 후보는 “한국당이 30년 동안 부산 정치권력을 독점하면서 부산을 고인물처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서 후보는 강서구 녹산산업단지를 찾아 시민들과 만났다. 서 후보는 “무너져가는 부산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호소했다.

막바치로 치닫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 후보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 후보는 김해공항을 확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심도 양분됐다. 5일 김해공항에서 만난 오 모(54) 씨는 “가덕도는 지난 정부에서 반대로 결론났다”며 “도심과 너무 떨어져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7일 만난 김덕호(33) 씨는 “휴가철이면 김해공항이 미어터진다”며 “인천공항처럼 새로운 공항을 만들어야 지역 경제도 살지 않겠나”고 말했다.

부산=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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