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남북의 낙지와 오징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남과 북이 단절돼 있던 시간만큼이나 언어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측 인사가 “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고 하자 김여정은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징어를 북한에서는 낙지라 부른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남과 북 사이에 달리 부르는 것이 많다.

‘달걀’을 ‘닭알’, ‘우유’를 ‘소젖’으로 부른다. 이런 것은 의미를 유추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채소’를 ‘남새’, ‘거위’를 ‘게사니’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는 의미를 추측하기 힘들 정도다.

언어의 어순이나 문법이 다른 경우도 있다. “서울에는 못 가봤습니다”를 북한에서는 “서울에는 가도 못 봤습니다”와 같이 표현한다. 북한어로 “기술을 배워주다”는 우리 말로 “기술을 가르쳐주다”는 의미다.

통일 이후 언어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2005년 남북 언어학자들이 모여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를 결성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며 2015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편찬위원회 활동이 멈췄다. 남북 관계 개선에 맞추어 편찬위원회도 재개됐으면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