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환 피고인 법정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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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후 진술에 나선 전경환 피고인은 지난번 공판 때까지 얼버무리거나 더듬거리던 말솜씨와는 딴판으로 17분 동안 비교적 조리 있고 거침없이 진술을 해 평소의+말솜씨를 과시.
전 피고인은 특히 한 손으로 마이크를 거머쥔 채 진술을 계속하며 때에 따라서는 헛웃음 소리까지 내는 등 여유 만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
최후 진술 과정에서 전 피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한 때의 잘못으로 지은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으니 재판부의 관대한 처벌을 바란다』는 취지의 정상론으로 일관했으나 몇몇 피고인은 전 피고인을 강하게 비난해 눈길.
특히 함태상 피고인은『전 씨와 전 새마을 본부 총무부장 김성택 씨 등 고위 관계자들에게 이용·농락 당하고 버림까지 방아 재판정에 서게된 것을 분하고 원통하게 생각한다』며 전 피고인을 비난.
대검 중수부 이명재 부장검사는 논고문을 낭독하고 구형하는 동안 피고인 모두는 얼굴이 상기된 채 논고 내용을 주의 깊게 경청했고 방청석의 가족들은 흐느끼기 시작.
특히 전 피고인은 논고문이 낭독되자 괴로운 듯 고개를 깊이 숙이기도 했고 논고문 중 『대통령의 실제라는 위치는 누구보다 청렴하고 결백한 처신을 해야되는데도 불구하고…』 라는 대목에서는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했다.
전 피고인은 논고문이 낭독되는 동안 검찰 측과 재판부를 번갈아 쳐다보며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징역 15년이 구형되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으며 일부 피고인들은 구형량이 낭독될 때마다 흐느끼기도 했다.
전상석 변호사는 변론을 시작하며『이 사건 수사와 공판에 간여해 온 검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검 중앙 수사부 검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대검 중수부로 말하자면 검찰의 엘리트 중 엘리트요, 우는 아이도 그친다는 말이 있다』고 비아냥.
전 변호사는 그러나『이 법정에 앉아있는 검사들 중에는 5공화국 시절 어려웠던 대형 경제사건을 파헤쳐 명성을 얻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형편없게 되었느냐』며『범죄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도 보사부 담당 공무원의 추측에 의한 말을 근거로 이 사건을 비리의 대표적인 것으로 논죄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라고 언성을 높였다.
전 변호사는 변론 도중『이 사건 수사가 끝난 뒤 어느 정치인은 전 피고인의 횡령 액이 70억 원이 아니라 7천 억 원도 넘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사건 재판 과정을 통해 망언이었음이 밝혀졌다』고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공박.
전 변호사는『사사로운 일이지만 그 정치인은 60년대와 70년대 본 변호인이 법관으로 있으면서 두 번이나 재판을 맡았었다』고 말을 꺼낸 뒤『그 분이 그 같은 망언으로 언제 다시 법정에 설자 모르지만 이 기회를 통해 입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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