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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출전채비 피가 말라요 |한국선수 강훈 여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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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고는 함께, 영광은 선수에게」 -. 서울 올림픽에 대비, 선수들과 함께 2년간 태릉훈련원에서 합숙훈련을 해온 대표선수단의 임원· 코치들은 선수들의 영광을 위해 뒷전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 임원·감독들은 이제 알찬 보람과 결실을 향한 막바지 훈련에 여념이 없다. 태릉 훈련원에서 김성집 훈련단장, 선인원 훈련담당 지도위원, 김준성 체력담당 지도위원, 안횡균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장, 김성은 복싱감독, 신동파여자농구감독,손경수육상감독,고병훈 여자핸드볼 감독, 양무신 역도감독 등이 자리를 함께 하고 그 동안 훈련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집=서울올림픽은 7년 전 유치 당시만 해도 까마득해 보이더니 금방 한 달 앞으로 다가와 감회가 깊군요.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막바지 훈련에 땀흘리고 있는 선수·임원들을 보면 마음 든든합니다.
▲고병동=선수들의 사기도 높일 겸 이 달 초 1주일간 삼척에서 하계훈련을 실시했지요. 삼척시내 고교체육관을 빌어 연습하고 부근 망상 해수욕장에도 찾아갔어요.
대부분의 종목들도 이 같은 하계훈련으로 심신의 활력을 배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있어요.
▲금성은=복싱 팀도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복싱은 운동량이 많은 경기여서 오후 2시간의 훈련에서 보통 2∼4초씩 체중이 빠지는데 선수들이 요즘 어찌나 많이 먹어대는지 항상 체중조절이 제일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신동파=농구장은 전혀 통풍이 안돼 숨막힐 정도로 더워요. 그래서 훈련이 끝날 때는 대부분 파김치가 되기 일쑤지요.
그러나 선수들이 별다른 불평도 없이 열싣히 따라오고 있습니다. 대회가 가까워지자 이젠 선수들도 긴장상태에 있지만 코칭스태프는 피가 마르는 것 같아요.
▲손경수=육상은 48명이 출전하나 한 개의 메달획득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훈련받는 자세가 흐트러질 우려도 있어 지난달 군부대에 의뢰, 유격훈련으로 정신단련을 실시하기도 했지요.
임춘애·정미자 같은 여자선수들은 공중 낙하훈련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무사히 끝낸 후엔 싱긋이 웃으며 기분이 후련하다 더군요.
▲양무신=훈련원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역도훈련장이지요.
역도가 비교적 단조로운 반복운동으로 하루 총 3만∼4만kg을 들어올리는 외로운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원 측이 특별 배려해준 것 같아요.
▲선인원=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86년 아시안게임 직후부터 합숙훈련을 해왔지요. 각자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미안한 마음도 많을 테지요.
▲손경수=1주일에 한 번 씩 집에 가니 늘 손님인 셈이지요.
▲신동파=지난주 중 막내 생일이 있었는데 그 앞 주말 외출 때 미리 작은 잔치를 베풀었어요. 아버지로서 그저 미안하기 만한 노릇인데 아이들이 국가대표감독인 아버지를 이해해주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맙게 생각돼요.
▲김성집=이제 남은 것은 최고의 컨디션을 조성하고 그 동안 닦아온 실력을 보완, 완성하는 것이지요. 한 평생을 체육계에 몸담은 저로서는 이 마무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양무신=역도는 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김창희 선배가 동메달을 따낸 이후 32년만에 메달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같이 기대가 부풀어 있는 것만큼 초조한 마음도 금할 수 없어요.
▲신동파=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지난달 초 서울 올림픽 조 추첨 결과 대진운이 비교적 좋아 여자농구의 4강 진입이 유력해졌으나 어려움은 많아요.
선수들이 혹시 부상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여 욕심대로의 강훈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예요. 지금까지 부상이 너무 잦았거든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예요. 그리고 요즘처럼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시간이 빨리 가는 적도 없을 것 같아요. 또 뒤늦게 합류한 박찬숙의 역할이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고병훈=할 일도 많고 걱정도 많다보니 시간이 마구 휙휙 달아나는 것 같아요.
▲김성은=복싱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메달 기대종목이라 주위의 관심이 무척 많고 그만큼 부담감이 큽니다. 최근에는 TV·신문 등에서 매일 4∼5건씩 훈련모습 등을 취재해 가고 있어요.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한 때 반짝하는 것 같기도 해서 썩 유쾌한 기분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매스컴의 쇄도를 당하다보니 과연 올림픽이 임박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해요.
▲안횡균=현재 대부분의 종목에 걸쳐 기술· 체력적인 면은 모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지원은 심리적인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86년 아시안게임 때 실시했던 것과 같이 심리적 불안의 원인검사를 통해 그 해소방안을 강구하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김준성=선수들의 의지력이 대단해서 부상의 회복이 빨라요. 최근 축구의 최정호, 여자배구의 윤정혜 등의 경우를 보면 병원에서 치료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는데도 트레이닝센터의 물리치료로 부상에서 회복했지요. 저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어요.
▲김성집=그런데 그 동안 서울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은 어떤 점에서 과거 서울아시안게임이나 LA올림픽 때에 비해 외부의 간섭이 많았던 점이문제로 지적돼요.
▲선인원=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는 반면, 훈련원의 자율성이 반감되어온 것 같아요. 또 일부에서는 훈련원을 해체하고 개별적인 훈련을 실시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안타까워요.
미국·서독·이탈리아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국가대표 훈련의 집중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김성집=이제부터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훈련을 실시할 때라 봅니다. 그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긴장·중압감·과도한 사명감에서 벗어나야지요. 이와 함께 강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하는 임전태세를 갖추어야 하겠지요. 우리 모두 더욱 분발합시다.

<정리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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