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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⑤‘영국 여왕의 車, 총리의 車’ 재규어의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거 같은 영국 재규어의 엠블럼. [사진 www.jaguarlandrover.com]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거 같은 영국 재규어의 엠블럼. [사진 www.jaguarlandrover.com]

후드(보닛) 위에서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맹수(猛獸) 엠블럼이 포효하는 차. 바로 영국의 재규어(Jaguar)다. 재규어를 처음 본 건 1980년대 중반이다. 키가 컸던 중년 여인이 차주였다. 재규어란 브랜드가 익숙하지 않았을 때라 차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분은 “이름은 재규어. 영국에선 여왕의 자동차, 총리의 자동차로 불리기도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해줬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재규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머리 속에 재규어는 ‘영국 여왕의 자동차, 총리의 자동차’라는 설명이 자리 잡았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중학교의 자동차광(狂)이었던 친구와의 대화에서 궁금증이 일부 풀리기도 했다.

왜 영국 여왕의 자동차일까? “영국 왕은 원래 롤스로이스(Rolls-Royce)를 탔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취임한 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몇차례 재규어를 몰고 대중 앞에 나왔다. 여왕에 대한 편견을 떨치기 위해서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것이란 추측이 있다“란 게 친구의 설명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린 뒤 확인해본 결과 친구의 설명이 대체로 맞았다.
1979~90년 영국 총리를 지내며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1925~2013년)도 재규어를 관용차로 탔다. 당시 친구의 설명은 “영국 왕이 롤스로이스를 타기 때문에 한 단계 낮은 재규어를 탈 수밖에 없었다”였다. 상식에 어긋나지 않은 설명이었지만 지금도 정확하게 확인은 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

1979~90년 영국 총리를 지내며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1925~2013년)도 재규어를 관용차로 탔다. [limobroker.co.uk 캡처]

1979~90년 영국 총리를 지내며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1925~2013년)도 재규어를 관용차로 탔다. [limobroker.co.uk 캡처]

재규어의 창업자 윌리엄 라이언스(Sir William Lyons) 경의 원래 계획은 모터사이클의 사이드카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1922년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car Company)를 세웠다. 31년엔 첫 차량 SS1을 제작했고, 35년 ‘재규어’란 이름을 선보였다. 재규어가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명성을 얻은 것은 61년 E-타입을 내놓으면서다. 13년간 7만대가 생산된 E-타입은 큰 인기를 누렸고, 그중 60%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 수출됐다.

재규어는 모터사이클 사이드카 제작사로 출발했다. [사진 www.jaguarlandrover.com]

재규어는 모터사이클 사이드카 제작사로 출발했다. [사진 www.jaguarlandrover.com]

68년에 출시된 XJ 역시 재규어를 롤스로이스 못지않은 브랜드로 키운 주인공이다. 디자인 초반부터 신경을 썼던 창업자 라이언스 경은 XJ를 마지막으로 72년 은퇴를 한다.
80년대 중후반까지 메르세데스-벤츠에 버금가는 위상을 누리던 재규어는 ‘영국병’에 따른 적자가 누적되면서 89년 미국 포드에 매각된다. 재규어의 상징 같았던 원목(原木) 인테리어가 사라지자 한탄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2007년 인도 타타에 인수된 이후에도 영국 고급 차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AP=연합뉴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AP=연합뉴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EPA=연합뉴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재규어에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EPA=연합뉴스]

재규어가 2018년 뉴스의 중심에 오른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서다. 윈저성에서 피로연장으로 출발하며 탄 컨버터블 차량이 바로 재규어 E-타입이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를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는 모습은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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