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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국회 본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와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뙤약볕 아래 한 남성이 유세차 없이 자전거 하나로 세종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시민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곤 다시 페달을 밟아 조용히 사라졌다. 오는 1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원이 참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세종특별자치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허철회(38) 후보였다. 평균 연령 36.7세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에서 그는 젊고 만만한 시장이 되길 꿈꾼다.

[6?13 지방선거] 바른미래당 허철회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인터뷰

- 자전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정치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유세차를 끌고 와서 로고송 틀어 놓고 율동하고, 연설하면서 소리 지른다.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할 뿐 시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번에 소음, 미세먼지, 네거티브 없는 선거 운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자전거로 다니면서 소음과 미세먼지는 없앴다.”

바른미래당 허철회 세종시장 후보가 유세용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허철회 세종시장 후보가 유세용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젊은 나이로 세종시장에 도전했다.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사표를 던지고 세종시로 내려왔다. 일자리가 없어 8개월 동안 백수로 지냈다. 좋은 일을 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작은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매출이 증가한 만큼 고용을 늘렸다. 작은 카페에 6명까지 고용했다. 2015년 메르스가 터졌을 당시에는 매출이 확 줄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 직원 월급을 주기도 했다. 이윤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고 싶다.”

-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공약이 있나?
“세종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고 맞벌이 부부도 많다. 아침에 아이 돌보고 출근 준비도 하려면 시간이 정말 없다. 아침이 있는 삶을 만들고 싶다. 예컨대 초등학교에 0교시를 담당해줄 선생님을 배치하고 아이들에게 아침 도시락을 제공할 것이다. 도시락은 사회적 기업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해 로컬 푸드로 만든다. 부모가 좋고, 아이가 좋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어르신과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가 보장돼 더욱 좋은 1석 3조의 정책이다.”

- 세종시가 인근 지역을 약화한다는 비판이 있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 6년밖에 안 됐다. 아직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먼저 충청권 인구가 오고 있다. 세종시가 발전한다면 당연히 수도권 인구가 더 많이 내려올 것이다. 세종시장이 된다면 지역에 부족한 문화, 쇼핑,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수도권 못지않게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 것이다.”

- 국토 균형발전의 거점으로서 세종시의 발전을 위해 계획은?
“세종시가 발전하려면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를 제외한 모든 부처가 세종시로 와야 한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행정수도가 될 수 있다. 국회 본원도 당연히 와야 하고, 청와대 제2 집무실도 필요하다면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세종시 안에서 모든 행정적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세종시가 도시의 기능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일자리를 확충하고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의 재선이 유력하다. 이춘희 후보가 세종시장으로 활동한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춘희 후보가 지난 4년간 세종시를 무난하게 잘 이끌어왔다고 본다.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조치원읍 도시재생사업)를 통해 읍면 지역과 균형발전을 이루려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조치원 인구 10만 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빠져나갔다. 또 지금 도로와 주차장 문제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더 세심하게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이 불편한지 알아줬으면 한다. 혼자 계획하기보다 시민과 함께 꿈꾸고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젊고 만만한 시장을 꿈꿀 만큼 소통에 방점을 많이 두고 있다.
“세종시장이 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서 많은 시민과 눈으로 인사하며 다니고 싶다. 시장실을 개방해 누구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열린 행정을 할 것이다. 토요일은 아예 시민과 대화하는 날로 정해 북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세종시를 함께 의논해 만들어갈 것이다. 만만하고, 친구 같고, 동생 같고, 형 같은 시장이 되고 싶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그 뜻을 헤아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본다.”

세종=이지윤・우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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