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맞이 마당놀이 펼친다 |M B C 주최 60여명 봉송 길 10개 도시 사전 순회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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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해 바닷속 용궁을 암시하는 정악이 풍요롭게 울려머지면 용궁의 시녀들이 사방에서관중들을 뚫고 큰마당으로 들어와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다.올림픽 성화 봉송지역을 미리돌면서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져노는 마당극 『길놀이·마당놀이』
(MBC주최) 제천공연의 첫 장면이다.『조용한 아침의 나라 /맨 처음 햇살이 닿는 곳/남해바다 광리왕의 어전/세상의 꼭대기 세상의 첫 동네…』로 시작되는 가무『태평성대』가 끝나면 수정궁의 취타곡이 울려 퍼지며 광리용왕의 어가행렬이 입장한다.
용왕과 문어·거북·물개·펭귄 등 문무백관어족들 사이에서「수궁가」를 바탕으로 현대문명과 인간사회를 풍자한 재담이 한 동안 걸찍하게 진행되며 중간중간 독창·합창·춤 등이 곁들여진다.
순간 요란한 친둥 번개가 치고 곧이어 탈춤장단이 힘있게 울려 퍼지면 배비장·방자가 덩더쿵 춤을 추며 마당을 한바퀴 돈 다음 속세 남녀를 주제로 재담을 벌인 뒤 이내 용궁식구들과 어울린다.
『떠나세 떠나세 불을 찾아 떠나세. 사람의 불, 영원한 불, 화합의 불, 태초의 불, 인류의 불, 하나의 불을 찾아 떠나세.』
출연자 일동의 합창이 끝나고 출연자들과 관중들이 한판 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진다.
MBC성화봉송경축 『길놀이·마당놀이』 는 16일 강능을 시발로 26일 제주도 신산공원 등 전국 8도10개 도시를 거쳐 28일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길놀이·마당놀이』는 판
소리 12마당 중「수궁가」「배비장전」 「심청전」 「춘향전」「옹고집전」「변강쇠전」 「흥부전」「허생전」등을 바탕으로 극중인물들을 도시별 특색에 따라 혼합 등장시켜 탈춤·창·합창·독창 등과 함께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적 재담으로 구성된「총체연극」형식이다. 또 마당놀이를 축으로 부산 어방놀이·공주농악·서울 남사당패놀이 등 공연지역의 전래민속연희와 접목, 각 고장의 멋과 홍을 한껏 북돋운다.
주요 배역은 극단 신시를 주축으로 가교·민예 단원 30명이 맡았고 정재만 무용단 30여명도 출연했다. 공연시간은 3시간20분 정도며 50여 곡의 노래와 30여 곡의 안무가 곁들여졌다. 작곡가는 현대가요와 국악의 접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영동씨.
극본·연출은 MB C-TV『수사반장』『동방의 북소리』등을 통해 알려진 극작가이자 극단 신시대표인 김상렬씨가 맡았다. 예부터 우리조상들은 귀한 인물이나 물건을 맞을 때 액풀이로서 한판 굿거리를 벌여왔다.『길놀이·마당놀이』도 올림픽성화를 맞기 위한 봉송로의 길 닦음과 봉송로를 신성공간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앞풀이 놀이다.
한편 MBC-TV는 현지 공연들을 녹화, 28일 밤 3시간 연속 방영할 예정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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