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사 '마무리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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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사건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검찰이 정 회장의 귀국일(19일)을 하루 앞두고 김 부회장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정 회장 부자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짓기 위한 최종 절차로 보는 것이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부채탕감 비리 의혹 등에 대해 김 부회장이 어떻게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김 부회장의 소환 사실을 밝히면서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소환준비에 들어갔다"며 "신문사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의선 사장을 이번 주말께 먼저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중국에 있을 때 김 부회장이 검찰에 불려갔다는 점에서 다소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검찰에 불려갈 것으로 어느 정도 예견은 했지만 시점이 미묘하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책임에 대한 검찰 판단이 정 회장 부자에 대한 처벌수위와 직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를 둘러싼 주요 의혹에 김 부회장이 최종결정권자로 판명될 경우, 정 회장 부자에 대한 책임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정 회장 부자가 받고 있는 혐의와 관련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편.불법 행위가 조금씩 드러나는 상황에서 최고의사 결정에 관여한 누군가는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룹의 중요 경영문제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 부회장이 2004년 대선자금 사건 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례가 거론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당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5월 특별사면됐다.

?김동진 부회장은=김 부회장은 1978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으며 2001년 현대차 사장을 맡았다. 2003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현대정공 시절(88년) 미 핀레이공대 산업관리공학 박사학위를 땄다. 현대정공에 있을 때 K-1 탱크의 국산화를 주도해 정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현재 정 회장, 윤여철(울산공장장) 사장과 함께 현대차 대표이사 3명 중 하나다.

정 회장이 해외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면 실무 책임자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올 1월 한 강연회에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도 스스로 임금동결을 선언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해 현대차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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