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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주사 맞고 엉덩이 곪아...피해자 51명 낸 서초구 이비인후과 '주사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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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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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서초구의 한 이비인후과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집단 이상 반응은 주사제의 사용·관리 과정 중 생긴 감염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초구보건소는 서울 서초구 소재 박연아 이비인후과에서 지난해 발생한 ‘주사부위 이상반응 집단발생’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질본에 따르면 해당 의원에 지난해 7월 15일부터 9월 25일 사이 내원해 삼진제약 ‘리오마이신 0.5g 1 바이알’과  휴온스 ‘휴온스 주사용수 2ml’를 근육 주사 받은 환자 중 51명에게서 주사부위 통증, 부종, 붉어짐, 딱딱한 덩어리, 열감, 농 형성 등 이상반응이 발생했다. 질본은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11월 17일부터 역학조사팀을 구성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해당 의원은 지난해 연말 폐원 신고를 하고 문을 닫았다.

역학조사 결과 주사부위 이상반응이 발생한 환자에서 검사한 검체 중 배농검체(고름), 조직검체 22건에서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Mycobacterium abscessus)가 확인됐다. 또 그 중 14명의 검체에서 나온 세균의 유전자 염기서열(유전자 지문)이 일치했다.

질본은 “의료진ㆍ환자 조사, 환경 검사, 감염관리 실태조사, 주사준비 과정ㆍ투여과정 재연 등을 토대로 볼 때 이번 집단발생의 원인병원체는 비결핵항산균인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로 추정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조사 결과, 해당 의원에서 사용된 약품의 원제품에 대한 무균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고 동일 약품이 공급된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질본은 “감염 원인은 주사제 준비(혼합과정 등), 주사제 투여행위, 개봉한 주사용수를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하는 과정 등 주사제의 사용과 관리 중 오염으로 주사부위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사를 맞은 후 부풀어 오른 주사 자리. 환부 아래는 깊고 넓게 곪아 있다.

주사를 맞은 후 부풀어 오른 주사 자리. 환부 아래는 깊고 넓게 곪아 있다.

원인균으로 지목된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항산균을 말한다. 주로 주사, 수술 등 침습적 시술을 통해 몸속에 유입되면 상처가 낫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름이 생긴다. 사소한 상처나 의료시술 후에 피부연조직 감염이 생겼지만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고 상처가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 진균 뿐 아니라 비결핵항산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항생제 치료만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적 절제를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감기 증상으로 해당 의원을 찾아 주사 맞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엉덩이 등 주사 맞은 부위에 고름이 계속 차올라 감염 부위 절제 수술을 받는 등 몇개월 째 고통받고 있다.

취업준비생이었던 피해자  A씨는 지난해 9월 박연아 이비인후과에서 감기 주사를 맞은 뒤 주사를 맞은 부위(엉덩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고름이 차올라 두달 넘게 매일 병원을 다니며 째고 고름을 짜내는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고름이 차올랐고 성형외과로 옮겨 재수술을 받았다. 치료를 받는 동안 A씨는 어렵게 취업한 회사의 입사를 포기하게 됐다.

치료비는 오롯이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의원 측이 “감염이 주사제에 의한 것인지 병원 측의 관리 소홀에 의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주사제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질본은 언론 보도(중앙선데이 6월 2일자) 이후 역학조사 결과를 내놨다. 6개월 만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질본은 "잠복기 자체가 워낙 길어 지난 3월 마지막 환자가 확인됐다”며 "유전자 검사 기간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질본 의료감염관리과장은 “지난해 7월~9월 사이 해당 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발생했지만 감염된 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해당 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적이 있고, 주사 부위 이상반응이 확인되면 서초구보건소를 찾아 진료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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