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20일 '장애인의 날' … 우리의 다리는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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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의 경우 질환에 의한 장애인은 27.4%(사고 7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5년 실태조사에선 이 수치가 38.3%로 확대됐다. 후천적 장애의 발생 원인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하지 절단의 주요 원인인 당뇨발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재활을 점검해 본다.

◆얕잡아 봤다가 큰 코 다친다=당뇨발은 당뇨 망막증.신장병과 더불어 3대 합병증 중 하나다. 모두 걸쭉해진 혈액이 모세혈관과 신경을 망가뜨려 발생한다.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상처 회복이 늦고, 심하면 썩기 시작한다. 문제는 발에 상처가 났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이다.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저하되고, 그 결과 통증을 못 느끼거나 약해진 것이 원인이다.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진 것도 사태를 악화시킨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균이 뼈에 들어갈 경우 골수염이 발생해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의 하지 절단은 일반 환자의 최고 70배나 된다. 또 당뇨 환자의 3분의 1은 족부궤양의 주요 위험인자인 말초신경병증 과 혈관질환이 있다.

노원을지병원 족부클리닉 김재영 교수는 "2003년 1년간 다리 절단 환자 68명 중 61명이 당뇨병과 같은 혈관질환이 원인이었다"며 "당뇨발에 대한 예방.재활치료.심리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이다=당뇨병이 악화하면 다리의 혈관이 좁아져 피가 잘 통하지 않는다. 발이 차갑게 느껴지며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엔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지만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저리고, 감각이 무디다.

당뇨발로 다리를 절단한 이후 당뇨용 의족으로 정상생활을 하고 있는 지천만씨.

당뇨발은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다. 식생활.운동.약 복용을 통해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서 금연을 하고, 고혈압.고콜레스테롤증 등을 잡아야 한다.

치료 시기도 중요하다. 김광원 교수는 "상처가 났을 때 피부연고제 등을 바르다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증세가 심하더라도 전문치료를 받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김재영 교수는 "'병원에 가봐야 절단밖에 할 게 있느냐'며 미리 포기한다"며 "초기 감염이나 괴사가 발생했을 때 염증 조절, 혈행 재개, 발 재건 등을 시행한 결과 종래 10%대의 발 절단율을 1%대로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활의지 북돋워주는 의족=2년 전 당뇨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지천만(68)씨. 한때 좌절도 했지만 지금은 당뇨용 특수 의족 덕분에 걷기는 물론 등산을 할 정도로 정상 활동을 하고 있다.

당뇨환자용 의족은 일반 의족과 기능이 차별화된다.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상처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 의족에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이 담겨져 있다.

첫째는 절단 부위. 환부의 피부를 보호해야 하므로 부드럽고 두툼한 실리콘 소재로 되어 있다. 실리콘은 항균작용과 마찰을 줄이는 완충 역할도 한다. 둘째는 소켓 부분. 실리콘에 실린 체중을 골고루 분산시키기 위해 카본소재를 사용했다. 가볍고 튼튼한 것이 장점. 셋째는 발목 및 발 부위. 당뇨 환자는 걷기 등 운동을 많이 해야 하므로 발목이 자연스럽게 작동돼야 한다. 오르막.내리막에서 발목이 꺾이면서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서울의지 선동윤 대표는 "첨단소재와 기술 개발로 절단 환자도 비장애인의 80% 이상의 활동을 소화해 낼 수 있다" 며"절단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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