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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흡연율 6.4% 아닌, 17.3%에 이를 것”…추측 근거는?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09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22회 ‘세계 금연의 날’ 관련 이미지. 당시 국내에선 금연 캠페인까지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40.4%)인 데 반해 여성 흡연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3.7%)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성 흡연을 힐난이나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남성보다 건강상 피해가 더 크고 일단 시작하면 끊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22회 ‘세계 금연의 날’ 관련 이미지. 당시 국내에선 금연 캠페인까지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40.4%)인 데 반해 여성 흡연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3.7%)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성 흡연을 힐난이나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남성보다 건강상 피해가 더 크고 일단 시작하면 끊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성인 여성의 실제 흡연율이 '과소 보고'(under-reporting)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정금지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흡연 어떻게 줄일 것인가' 토론회를 통해  "폐암 발생률을 봤을 때 실제 여성 흡연율은 기존에 보고된 6.4%보다 약 3배 높은 17.3%"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자 흡연율은 40.7%, 여자 흡연율은 6.4%로 남자가 6.4배 높다.

하지만 흡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폐암 발생률의남녀 간 차이는 흡연율에서의 차이보다 작았다.

2015년 폐암 발생자 수는 남자 1만7015명, 여자 7252명으로 남자가 여자의 2.4배 수준이었다.

정교수는 "남자 흡연율이 여자보다 6.4배 높다면 폐암 발생자도 6.4배 많아야 타당하지만, 실제로는 2.4배에 그쳐 예상을 벗어난다"며 "여성의 흡연율이 낮게 보고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폐암 발생에 있어 남녀 간 유전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면, 남성과 여성의 폐암 발생률 격차에 근거해 추정한 여성 흡연율은 17.3%"라며 "이는 2016년 여성흡연율 6.4%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63% 정도 과소 추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성흡연율 관련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여성 흡연율은 1999년 5.3%에서 2016년 6.4%로 증가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여성 폐암 환자는 1999년 3466명에서 2015년에는 7242명으로 2.1배 많아졌다.

이 시기 10만명당 폐암 발생률도 14.8명에서 1.9배인 28.4명으로 늘었다.

여성 흡연율이 정확하게 보고됐다면 여성 폐암 발생이 많이 증가할 이유가 없다는 게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여성 흡연율이 실제보다 적게 보고되면서 여성흡연율 감소를 위한 실질적인 금연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자경 아주대 보건대 교수도 여성 흡연자에 대한 금연 정책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가 정책과 예산 지원, 그리고 서비스 내용이 일반적인 남성 흡연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여성의 소득 수준과 직업, 직종에 따라 차별화된 금연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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