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 경제는 경기 후퇴 넘어 침체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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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후퇴’ 국면을 넘어 ‘경기 침체’로 진입하고 있다고 3일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경기 회복 흐름을 낙관하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민간 연구기관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분배 중심의 재정정책과 투자 절벽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계속될 경우 보기 드문 내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경연, 애초 하반기서 2분기로 앞당겨 #암울한 경제 선행지수, 내수 불황 우려도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초 오는 하반기 중 경기 후퇴가 경기 침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 방향성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가 1년여 동안 뚜렷한 하락세라는 점을 들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 100.7을 정점으로 지난 4월 99.7%로 꾸준히 떨어졌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2017년 7월 101.2를 기록한 뒤 지난 4월 100.0으로 하락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보다 1.0% 성장했지만, 이는 2017년 4분기 당시 하락 폭(-0.2%)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비투자 지수 증가율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 전기 대비 각각 -7.8%, -3.3%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액은 2017년 4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자본재수입액 증가율도 지난 1월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증가율도 4월 들어 -42.0%를 기록하는 등 앞으로 해당 분야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17년과 2018년 4월 실업률은 각각 4.2%, 4.1%로 다소 나아졌지만 같은 기간 체감실업률은 각각 11.2%, 11.5%로 악화했다.

보고서는 이어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면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규모 자체가 크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재정정책의 주된 방향이 성장보다는 분배 중심에 있기 때문에 경제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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