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정부 정책 오락가락하니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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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메이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노무현 정부의 3년을 평가하면서 "오늘은 이 정책, 내일은 저 정책이 나오는 등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일관성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아 걱정이 든다" 고 비판했다.

올 7월말 4년 임기를 마치는 정총장은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최선의 정책과 차선의 정책이 별 차이가 없다면 상식에 어긋나 보이지 않는 정책, 그것이 비록 차선일지라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 "뚜렷한 방향감각과 풍부한 상식 및 교양을 갖췄으면서도 사고가 유연한 사람이면 좋겠다"며 "최고 지도자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언행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노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치권의 양극화 논란에 대해서는 "세계가 모두 시장주의로 가기 때문에 양극화를 아주 없애기는 어렵다. 양극화를 너무 강조하면 사회를 양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최하위 10 ̄20%를 위한 정책은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해서는 "경제이론만으로 볼때 반대하기 어렵고, 정치외교적으로 볼때도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왜 갑자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왜 1년내에 협상을 마치려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또 우리가 미국과 FTA를 할 정도로 미국 경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정총장은 자신의 지적 좌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은 좌우의 차이가 크지 않아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보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을 좌파로, 때로는 우파로 규정한다"며 "나는 전혀 바뀌지 않는데 세상이 바뀌면서 나에 대한 규정도 달라져왔다"고 말했다. 정치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정총장은 오는 7월 임기를 마친 후 경제학과 교수로 돌아가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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