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에 국가간 연합도...훌리건 걱정되는 러시아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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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유로2016 조별리그 도중 잉글랜드 팬과 러시아 팬들이 경기장 내에서 충돌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유로2016 조별리그 도중 잉글랜드 팬과 러시아 팬들이 경기장 내에서 충돌했다. [AP=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이 훌리건(hooligan·극성팬) 없는 월드컵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14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은 유럽 일부 국가에선 훌리건들의 난동을 우려하는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외교 문제로 러시아와 관계가 미묘해진 영국에서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러시아 당국과 대회 조직위원회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맞선다.

러시아 훌리건은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각종 국제 대회마다 수백명의 훌리건이 인종차별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그라운드에 난입해 선수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여름에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때는 대회가 열린 프랑스에서 경찰이 장갑차까지 동원할 만큼 러시아 훌리건들의 행동이 물의를 일으켰다. 잉글랜드 훌리건들과 거리에서 폭력 사태를 벌여 30여명이 다쳤고, 경기장 내에서도 난동이 이어졌다. 그러자 유럽축구연맹(UEFA)이 러시아축구협회에 15만 유로(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추가 사태가 지속될 경우 러시아대표팀의 실격 징계를 내리려 했다. 또 러시아축구협회는 서포터의 인종차별 행위 등으로 지난달 9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3만 스위스프랑(약 3200만원)의 벌금 징계도 받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CSKA 모스크바 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CSKA 모스크바 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훌리건 중엔 극우 성향의 신나치주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훌리건들이 국가의 격려를 받으면서 커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팬 문화를 연구한 로낭 에벵 박사는 "러시아 훌리건들은 진짜 거친 훌리건이다. 그들은 그런 행위를 스포츠처럼 여긴다. 연령대가 25~35세 사이로 매우 잘 훈련돼있고, 조직적이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우려에 러시아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난 2016년에 대회 기간 입장권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지급하는 ID 카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 방침을 세웠다. 훌리건들의 입장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여기에 경기장 인근에 로봇까지 동원해 훌리건들의 폭력 사태를 막겠단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도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국 데일리스타는 지난달 29일 "영국 동성애자, 트렌스젠터 축구팬이 러시아로 방문하면 죽이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낸 러시아 훌리건 단체에 대해 잉글랜드 서포터 단체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28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열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리버풀(잉글랜드) 서포터들이 복면을 쓴 20여명의 다른 서포터에게 폭행을 당한 사태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훌리건들이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훌리건들은 이번 월드컵을 찾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을 어떻게 공격할 지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경기장 보안 강화에 나선 러시아 경찰. [AP=연합뉴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경기장 보안 강화에 나선 러시아 경찰. [AP=연합뉴스]

러시아는 불쾌하단 반응이다. 리버풀 서포터가 러시아 훌리건에게 공격당했단 말에 러시아 당국은 "가짜 뉴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월드컵엔 러시아, 잉글랜드 외에도 아르헨티나, 폴란드, 크로아티아, 독일, 프랑스에서도 훌리건들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훌리건이 어느 때보다 극성을 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베틀라나 스테펜손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교 교수는 "오랫동안 적대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 폴란드 팬들 사이가 문제다. 또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훌리건들이 뭉쳐 잉글랜드 훌리건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더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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