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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마켓랭킹]'짝' 찾는 싱글들 지갑 여는 ‘데이팅 앱’

중앙일보

입력

페이스북이 ‘온라인 데이팅’ 시장에 올 하반기쯤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급성장하는 데이팅 앱 시장에 거물이 뛰어든다는 소식에 주요 글로벌 데이팅 앱 운영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 [별별마켓랭킹]에선 국내외 데이팅 앱에 대해 알아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대회 'F8'에서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미국 내 결혼하는 커플의 3분의 1은 온라인으로 만났고, 페이스북의 사용자 중에서 약 2억 명의 프로필 상태가 ‘싱글’”이라며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는 하반기 베타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이 서비스를 별도의 데이팅 앱으로 내놓을지, 기존 페이스북에 데이팅 중개 기능이 추가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도 뛰어드는 '데이팅 앱' 시장

온라인 데이팅 시장은 최근 모바일 앱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글로벌 소셜 데이팅 시장은 약 6조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국내 시장은 1000억원 정도입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거부감이 덜한 2030 세대들이 주 소비자층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콘텐트를 생산ㆍ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한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들은 이성 교제도 오프라인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데이팅 앱 '틴더'의 화면. [사진 틴더]

데이팅 앱 '틴더'의 화면. [사진 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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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 시장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앱은 미국 ‘틴더(Tinder)’입니다. 이 앱은 지난해 게임 이외 앱 가운데 두 번째로 소비자 지출(금액은 비공개)이 많았습니다. 틴더보다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쓰게 한 앱은 넷플릭스가 유일했습니다. 틴더에 월 1만~2만5000원가량 내는 정기구독 사용자는 300만명입니다.

2012년 미국 LA에서 설립된 틴더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오는 상대 프로필 사진을 옆으로 미는 ‘스와이프’로 호감을 표시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ㆍ경험(UX)로 히트를 쳤습니다. 틴더 이전에 나왔던 수많은 온라인 데이팅 웹ㆍ앱과 가장 차별화된 점이었죠. 스마트폰 화면에 꽉 찰 정도로 큰 상대방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 스와이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왼쪽 스와이프’해서 넘기면 됩니다. 서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한 사용자끼리만 대화할 수 있도록 매칭(연결)됩니다. 190개국에 진출한 틴더에 따르면 매일 16억 회의 스와이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틴더 이후 많은 데이팅 앱들이 ‘스와이프-투-매치(swipe-to-match)’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스와이프'의 원조 '틴더' vs 여성 중심 '범블'

데이팅 앱들은 앱은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성들의 프로필을 보여주고, 서로 호감을 가진 상대끼리 채팅 및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데이팅 앱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게임과 비슷합니다. 다운로드는 무료지만 앱 내에서 월 1만~3만원가량을 결제하면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매칭 과정을 간소화해주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보여주는 식이지요.

데이팅앱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데이팅앱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앱애니 집계에서 틴더 다음으로 지난해 전 세계 소비자 지출이 많은 데이팅 앱은 중국의 ‘모모(Momoㆍ모모)’로 나타났습니다. 낯선 사람이라는 뜻의 ‘모셩런(陌生人)’의 앞글자에서 이름을 딴 앱입니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용자들과 채팅할 수 있는 위치기반 모바일 채팅 앱에서 출발해 중국 최대의 데이팅 앱이 됐습니다. 모모는 지난 2014년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중국 내엔 모모 같은 현지 데이팅 앱들에 가입한 사용자가 5억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비자 지출 많은 데이팅 앱 3위는 여성 사용자가 만남을 주도하도록 설계된 데이팅 앱 ‘범블’입니다. 범블에서는 서로 호감을 확인했더라도 여성 사용자만 먼저 말 걸 수 있습니다. 한때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강정호 선수가 이 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블은 데이팅 앱 틴더를 공동창업했던 여성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가 2014년 범블을 출시했습니다. 울프는 틴더에서 성차별적인 경험을 한 것을 계기로 퇴사 후 여성 친화적인 앱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범죄 노출 위험이 있는 온라인 데이팅에서 범블은 여성 사용자들에게 인기입니다. 현재 2200만 사용자가 사용 중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매출은 1억 달러에 이릅니다. 소비자 매출 4위는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서비스 바두(Badoo), 5위는 미국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매치닷컴’입니다.

한편, 1위 틴더의 모기업인 매치그룹과 3위 범블은 현재 특허 소송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올 3월 매치그룹이 범블에 “틴더의 ‘스와이프-투-매치’ 아이디어를 베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글로벌 IT업계에서는 매치그룹이 여성들에게 인기인 경쟁사 범블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범블은 지난해 매치그룹이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 제안을 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매치그룹은 틴더를 비롯해 수십 개의 데이팅 앱을 M&A해 매출 4조 원대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 운동 이후 매치그룹이 범블을 매력적인 자산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달 "올해 하반기 온라인 데이팅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싱글'로 표시한 사용자가 2억명"이라고도 밝혔다.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달 "올해 하반기 온라인 데이팅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싱글'로 표시한 사용자가 2억명"이라고도 밝혔다. [AP=연합뉴스]

국내서도 2030 싱글 수백만 가입

국내에서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팅 앱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앱애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iOS와 구글플레이에서 한국 소비자 지출 합산 상위 10개 앱(게임 제외) 중 4개가 데이팅 앱이었습니다. 2016년까지는 3개였습니다. 2017년 국내 소비자 지출 합산 상위 5위 데이팅 앱은 1위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2위 ‘정오의 데이트’, 3위 ‘심쿵소개팅’, 4위 ‘당연시’, 5위에 ‘글램 - 프리미엄 소개팅’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능은 글로벌 데이팅 앱들과 유사합니다. 다만, 평소 지인들과 이 앱에서 마주치게 되는 걸 꺼리는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같은 앱 사용자 중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는 지인의 프로필이 자동으로 보여지는 기능은 없습니다.

사용자 400만명인 국내 1위 아만다는 프로필 사진을 심사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사용자만 가입시키는 등 회원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외모로 평가한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2014년 출시 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패션기업인 메타그룹(옛 아비스타)은 지난 4월 아만다를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매출 66억원을 올린 아만다의 기업가치는 138억원 정도 평가됐습니다.

성범죄 위험·민감 개인정보 수집 논란도

하지만 데이팅 앱에서 일어나는 각종 부작용도 있습니다. 위 소개된 주요 앱 외에도 데이팅 앱은 국내에만 200개 이상 출시돼 있는데요. 이런 앱들이 성매매 등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18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령제한을 두고 있지만, 미성년자들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가입한 후 이런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또 일부 데이팅 앱은 가입 조건을 특정 명문 대학 졸업자나 공기업ㆍ대기업 직장인 등으로 제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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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입 시 보정하지 않은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고 데이팅 앱들이 상대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방식 때문에 외모에 대한 평가가 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데이팅 앱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관리에도 유념해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의 프리랜서 기자가 틴더 측에 “당신들이 보유한 내 개인정보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A4 용지 800장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틴더 앱을 통해 찾은 데이트 상대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연령대의 이성들과 주로 연락했는지 등 민감한 정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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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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