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왜 강했나] 남해 수온 올라 내륙서도 맹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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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는 12일 오후 내륙에 상륙한 뒤에도 맹위를 떨쳤다.

태풍은 에너지원인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내륙에 상륙하면 그 위력이 해상보다 약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난 6일 괌 북서쪽 약 4백㎞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발생한 '매미'는 중심부근 초속이 44m를 넘는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발달한 데다 내륙에 들어온 뒤에도 약해지지 않았다.

'매미'가 지속적으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나라 남해상 부근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북상하면서 다소 힘이 빠진 '매미'가 평년보다 수온이 오른 남해상을 지나면서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체력보강'을 했다는 분석이다. 남해상의 수온은 최근 28도로 예년에 비해 3도 정도 높아진 상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동서로 가로놓인 대륙고기압과 열대저기압인 태풍 사이의 기압차도 강한 바람을 몰아온 것으로 지적된다.

이 기압차 탓에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60m를 기록하는 등 '매미'의 강풍이 기세를 떨쳤다는 설명이다. 바람은 원래 기압의 차이로 생기는 것이므로 기압차가 클수록 바람도 세진다.

이와 함께 태풍이 관통한 부산과 경남지방은 태풍의 진행방향 오른쪽인 '위험반원'에 들면서 피해가 더 컸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오른쪽 반원은 태풍의 바람방향과 이동방향이 겹쳐 바람이 더 강해지는 지역이다.

또한 태풍이 오후 8시 이후에 내륙에 상륙하면서 만조시간과 겹쳐 해일까지 덮쳐 경남지역 해안 저지대의 피해가 더욱 컸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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