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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올림픽·KTX 잘해” “정창수 관광 강원 적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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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13 풍향계 │ 강원지사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에서 유세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에서 유세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는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지만 도지사 선거는 그와 상관없이 묘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1995년 민선이 시작된 이래 ‘여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땐 보수 후보들이 도지사 자리를 네 번 연속 차지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진보 후보들이 내리 3연승(2011년 재선거 포함)을 했다.

1995년 민선 후 야당 후보만 당선 #“지역 경기 좋아져 민주당 믿음 가” #“전직 대통령 망신 주는 여당 견제” #영서·영동 출신 대결도 표심 변수

그런 강원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선 이후 사상 첫 여당 후보 당선을 장담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치른 최문순(재선) 현 지사를 내세워 현역 프리미엄과 올림픽 바람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최 후보는 자유한국당 정창수 후보를 앞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정 후보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토대로 ‘새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8~29일 강원도 빅3 지역(원주·춘천·강릉)과 영동·영서 분기점에 위치한 태백을 찾아 민심을 살폈다.

지난 28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했다. 자동차 렌트를 위해 한 렌트카 업체로 가자 40대 직원 윤혜성씨는 대뜸 “요즘 렌트업이 호황”이라며 웃었다. 그는 “KTX 연결로 관광객이 늘어 강릉 경제가 나아졌다”며 “당을 떠나 최문순 지사가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 후보는 최 후보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지역의 평가다. 실제 기자가 만난 도민들 중 한국당 후보를 뽑을 거라고 하면서도 정 후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 후보의 높은 인기에 ‘거품’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릉 경포대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승혜(56)씨는 “사람들이 올림픽 환상에 너무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에 숙박시설이 무분별하게 지어져 앞으로 상인들이 다 같이 나앉게 생겼다”며 “또 흑자 올림픽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던데, 결국 그거 다 세금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정창수 강원도지사 후보가 이날 오전 강원도 원주에서 유세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정창수 강원도지사 후보가 이날 오전 강원도 원주에서 유세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시민들은 당만 보고 뽑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민들은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도내 18곳의 기초자치단체 중 15곳,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전체 8석 중 6석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몰아줬다.

태백 중앙로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김경환씨는 “지금까지 강원도민들은 덮어놓고 보수당을 찍어 온 경향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혜택받은 건 하나도 없다”며 “강원도 발전에 도움도 안 되는 짝사랑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릉 택시기사 김주명(51)씨도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에 이어 정부의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면서 민주당이라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에 원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박모(71)씨는 “전 대통령들이 잘못했다고 해도 저렇게 망신주는 건 너무했다”며 “새 옷도 털면 먼지가 난다.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김모(68)씨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서는데, 우리라도 한국당에 힘을 줘서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에 거주하는 한규섭(65)씨는 “관광산업이 중요한 강원에서 필요한 건 정치 경력보다 도정 능력”이라며 “정 후보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던 만큼 관광산업 육성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도 영동 대 영서 구도가 형성됐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기점으로 영동과 영서로 나뉘는데, 최 후보는 영서인 춘천 출신이고 정 후보는 영동인 강릉 출신이다. 지난 선거 영동(강릉 출신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 대 영서(최 후보) 대결은 간발의 차(1.59%포인트)로 영서가 이겼다. 인구는 영서 지역이 약 98만 명으로 영동(56만여 명)보다 많다.

원주·춘천·강릉·태백=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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