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빠진 서울증권 지분 싸움 본격화…신영균 측 "경영권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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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두드러진 지배주주가 없는 서울증권을 놓고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최근 200억 원을 투입해 서울증권의 지분을 5%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떠오른 한주흥산은 다음달 26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새로 뽑을 3명의 이사를 놓고 최대주주인 강찬수 회장과 한주흥산간 표 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강 회장이 가진 주식(지분율 5.02%)과 한주흥산이 보유한 주식은 불과 5만여 주 차이다. 한주흥산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과 한동현 소프트뱅크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드 한국사무소 대표, 박정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이다.

한주흥산은 영화배우 출신인 신영균 전 국회의원이 이사인 건물임대업체로, 서울 명보극장과 관훈빌딩 등 알짜배기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 한주흥산과 함께 서울증권 주식을 매입한 신언식씨는 신 전 의원의 아들로 현재 한국맥도날드 회장이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최근 서울증권 강 회장을 찾아가 주주제안 형식으로 '공동경영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며 "경영 참여를 위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증권은 강 회장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5% 가량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총 지분을 10% 수준으로 늘려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응욱 상무(0.1%), 자사주(0.54%) 등의 우호지분도 모두 동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주흥산은 이런 점을 고려한 뒤 그 이상으로 지분을 사들인다는 계획이어서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최대주주 자리를 노리는 한주흥산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할지도 주목거리다. 올 초 법이 바뀌면서 증권사의 기존 최대주주보다 지분을 많이 보유하려면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과 위법 행위 여부, 증권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지 등을 면밀히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증권은 1999년 미국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가 인수했으나 지난해 소로스가 지분을 팔아치우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던 강 회장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에 끊임없이 인수합병설에 시달려왔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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