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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울릉도 국립공원 지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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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인들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과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지난해는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한편 일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도를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올 1월 초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독도의 부속 도서 87개 가운데 22개에 큰 가제바위, 촛대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한글 이름을 붙였다. 이상이 우리 정부의 독도 대책 전부다.

반면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일관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시마네현이 올해 '다케시마(竹島)의 날'제정 1주년을 맞아 '2월 22일은 다케시마의 날'이란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문부과학성이 공립고교 교과서인 지리역사.공민교과서를 검정하면서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더욱 명확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를 더욱 전율케 한 것은 일본 외무성의 보고서 '조선반도를 둘러싼 움직임'(1월 25일자)이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독도 관광 개방, 공군참모총장의 독도 상공 비행, 각료.국회의원들의 독도 상륙 등을 "쉽게 들끊는 한국적 정서의 무분별한 발로"란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과격한 시위행위'라고 비난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화산 지질, 지형학적인 측면에서 형성 과정과 형태가 거의 동일한 형제섬이다. 울릉도나 독도의 해안에는 해식동(海蝕洞).해식애(海蝕崖).바위섬. 화산회(火山灰)층이 즐비하다.

울릉도 내륙에는 성인봉.추산 등 외륜산(外輪山)으로 둘러싸인 알봉 및 나리분지의 부석(浮石)층 등 수많은 지형경관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어 체계적인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울릉도와 더불어 대표적인 화산섬인 제주도의 한라산 중산간 지대는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어느 정도 보호되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경상북도는 2002년 울릉도와 독도의 자연자원 보전, 지정학적.영토적인 중요성을 들어 환경부에 '울릉도.독도 해상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2004년'울릉도 국립공원 지정반대추진위원회'등 주민 7420명이 반대 서명을 하자 경상북도는 신청을 철회했다. 당시 무산된 것이 무척 아쉽다.

그러나 이제는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고,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일본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범국민 차원에서 울릉도.독도 해상국립공원 추진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환경부 등 국가 유관기관은 공청회 등 많은 대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국립공원 지정의 당위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정부는 울릉도의 사유재산을 최대한 보호하고, 울릉도의 지역 개발에 적극 나서 생활환경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고의장 세종대 명예교수 자연 및 지형경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