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거리엔 붉은 악마·여인들은 빨강 립스틱…2006년 여름 붉은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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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진제공=월간 오뜨]
시세이도의 ‘마키아주 루주’, 태평양의 ‘라네즈 아이디얼 립스틱’, 샤넬의 ‘루주 알뤼르’(위부터).

'깨끗한 피부에 빨간 입술만으로 포인트를…'.

립스틱이 부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립글로스에 내줬던 립 메이크업 왕좌를 다시 찾기 위해 립스틱이 도전장을 낸 것. 지난해 가을 뉴욕과 파리에서 열린 '2006 봄.여름 컬렉션'무대에서 목격된 선명한 입술이 국내에도 본격 상륙 채비를 하고 있다.

#립스틱, 돌아오다

90년대 후반 투명 메이크업으로 불리는 화장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호응을 얻었다. 촉촉함과 소녀스러움을 강조하는 투명 메이크업은 아이섀도나 입술 화장까지 투명함을 강요했다. 2000년대 들어 튜브형의 립글로스가 사실상 립스틱을 밀어내고 립 메이크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립 메이크업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태평양의 '라네즈 아이디얼 립스틱'의 판매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판매수량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높아졌다. 또 봄 광고를 시작한 지난해 2월과 올 3월을 비교해 보면 립스틱 판매수량이 55%나 늘어났다.

이유가 뭘까. 패션을 따라가는 메이크업의 속성이 립스틱을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친절한 금자씨' 등 영화 포스터 메이크업과 이나영, 고현정 등 연예인 사이에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고원'의 고원혜 원장은 "올 여름 흰색 레이스와 누드톤의 의상이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얼굴 화장도 반짝이는 느낌보다는 창백한 느낌에 강한 입술로 포인트를 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는 투명한 립글로스보다 발색이 잘되는 립스틱이 낫다는 설명이다.

태평양 소비자미용연구소 박수경 소장도 "피부는 투명하되 입술과 눈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최근 화장의 경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지속되던 투명한 입술과 화장법에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올봄 주요 화장품 업체의 립스틱 판촉전이 뜨겁다.

태평양은 라네즈 핫핑크 립스틱을 내놓고 인기몰이 중이다. 전통의 빨간 립스틱을 자랑하는 샤넬도 '루주 알뤼르(Rouge Allure)'를 내놓았다.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중 립 메이크업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샤넬은 한국 진출 이후 최초로 지상파 TV에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 그만큼 립스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시세이도도 '마키아주 루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았고, 랑콤은 지난달 출시한 '루주 압솔뤼'의 새 색상 8종 외에도 오는 6월 '컬러피버'립스틱을 출시할 예정이다.

#빨간 립스틱으로 멋 내기

새로 등장한 립스틱들의 주요 색상은 붉은빛이 강한 핑크다. 핑크는 예나 지금이나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색.

그렇지만 올해의 핑크는 채도가 높은, 일명 '핫핑크'가 대세다. 세계적 추세인 빨강과 시장이 원하는 핑크가 합쳐 만들어진 결과다.

샤넬 '루주 알뤼르'의 경우 주력 색은 빨간색으로 글로벌 광고 촬영도 빨간색으로 했지만, 한국에서만은 붉은빛이 강한 핑크를 메인 색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원혜 원장은 "블랙과 화이트가 유행하고 블라우스와 주름 장식 같은 복고풍이 패션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메이크업도 입술에 빨간 포인트를 주는 복고풍 스타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색 등 붉은색 계열의 립스틱이 유행했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메이크업이다. 입술에 포인트를 주려면 확실히 색상이 선명해야 한다. 고 원장은 "립스틱은 정확하고 진하게 발라야 세련돼 보인다"고 조언한다. 연하게 바르면 김치를 먹다 만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선명한 입술을 위해 립 펜슬도 잘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립 펜슬을 이용해 립 라인을 정확하게 그려준 다음 입술 전체를 립 펜슬로 그려도 좋습니다. 반대로 립스틱을 이용해 전체를 바르고 립 펜슬로 립 라인을 정리할 수도 있지요." 그는 매트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으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투명 파우더로 눌러주면 된다고 말했다.

립스틱의 단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습력이 떨어진다는 것과 부드러운 컬러의 재현이 어렵다는 것. 요즘 새로 나온 립스틱들은 하나같이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고 주장한다. 샤넬은 부드럽게 발리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고 시세이도는 윤기와 광택을 강조하고 있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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