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수난사 교육 도장으로|개관 1주년 맞은 「독립기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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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립기념관이 15일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화재 사고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독립기념관은 지난 1년 동안 9백70만명의 발길이 줄을 이어 1년만에 전국민의 4명중 1명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외국인들의 관심도 커 국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관계자들은 대부분 한번씩 들렀으며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도 특별 취재를 했다.
특히 일본인들의 발길은 거의 매일 30∼40명씩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말 독립기념관을 찾은 일본 동경 대학 신문 연구소 교수 2명은 『처음에는 독립기념관이 한국의 시각에서 역사를 왜곡해 전시하지 많았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으나 상당히 객관적인 실증 자료들을 중심으로 전시된 것을 보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기념관측에 따르면 이들 일본인 관람객들은 「일제 침략관」인 제3전시관에 이르러 일제의 잔학상·각종 고문 도구·고문 모습 등을 접하게 되면 대부분 말문을 닫고 숙연해 진다는 것.
가끔 젊은 일본인중에서 『일본의 침략이 잘못된 줄은 알지만 굳이 침략사만 강조해 전시해놓은 저의가 뭐냐』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결코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치욕의 역사가 없기 위해 한국인들에게는 다짐의 기회로 삼고 일본인들에게는 반성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대체로 수긍한다는 것.
독립기념관을 찾은 사람 중 일제 만행을 경험한 사람은 일제 고문 장면 앞에서 통곡하기 일쑤.
지난 5월 아들 부부와 함께 왔던 70이 넘은 재일 교포 할아버지는 해방 직전 징용으로 일본에 끌러갔었다』며 『고문 장면을 보니 갑자기 내 자신이 당한 고통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불행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독립기념관이 수집한 전시 자료 4만8천3백 점 중 개관 이후 지난 1년 동안 수집된 자료는 모두 2천5백46점.
이중에는 개관 소식을 들은 중국 교포들이 우편으로 보내온 자료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수원에 사는 이종학」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은 자비를 들여가며 전국의 자료를 수집, 보내오기도 했다. 독립기념관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 교육의 장」이 된 것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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