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길고 긴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3보(183~208)=이변은 없었다. 하변 패싸움에선 출발부터 유리했던 구쯔하오 9단이 예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패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탕웨이싱 9단도 쏠쏠하게 이득을 취하긴 했다. 185, 189로 우변에서 백 한 점을 잘라먹으면서 실리를 취했다. 백의 점유지나 다름없었던 좌상귀도 흑돌이 한두 개 더해지면서 패가 났다.

기보

기보

좌상귀 패는 흑백 쌍방의 최선. 백이 억지로 흑을 잡기 위해 '참고도' 백1로 넘어가는 것은 더욱 크게 망하는 수순이다. 흑14로 나갈 때 백은 a와 b, 어느 방향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백7…흑2). 묘하게 자충이 되는 모양새다.

이 바둑, 참 길고도 길다. 하변 패싸움이 일단락되면서, 복잡했던 바둑이 좀 마무리되는가 싶었더니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결승전 첫 번째 대국답게 두 선수는 처절하게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힘을 짜내 두 번째 패싸움에 몰입하는 중이다.

참고도

참고도

판세는 여전히 백이 조금 우세하다. 끈끈하게 버티는 뒷심으로 유명한 탕웨이싱 9단이 부지런히 추격한 덕분에 흑백 차이는 꽤 좁혀졌다. 하지만 아직 승패가 뒤집힌 건 아니다. 바둑은 반집이라도 많은 쪽이 승리를 가져가는 냉정한 게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탕웨이싱 9단은 진득하게 바둑판에 붙어 앉아 패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92…183, 186…△, 205…199, 208…200)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