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출범 10여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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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료보험이 지난 77년 출범한 이래 10년 이상 지났는데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뒤뚱거리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특히 운영방식의 경직성 등으로 저소득근로자를 비롯해 상당수의 피보험자들이 필요이상의 높은 보험료를 계속 물고 있거나 병원찾기를 주저하고 있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한림대 한달선교수(사회의학연구소장)는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고 전제, 『특히 보험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피보험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혜택도 늘릴 수 있는데도 불구, 비탄력적인 운영으로 효율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피보험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행 의보에 도사리고있는 문제점으로는 우선 보험료율이 소속조합에 따라 들쭉날쭉한 점이 꼽히고 있다.
보험료율은 3∼8%의 범위 내에서 조합별로 정하도록 돼있으며 이 때문에 1백53개 직장보험조합의 피보험자들이 실제 내는 보험료율은 3∼4.8%(87년 평균3.5%)로 각양각색이다.
조합의 선택권이 사실상 없는 피보험자 개인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부담하고 있는 셈.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 미혼근로자들의 경우 공동조합에 가입해야 되는데 이때 피보험자들의 부양자가 많은 회사들과 같은 조합에 들 경우 보험을 거의 이용치 않으면서도 불가피하게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보험급여비용의 평균 연액(법정준비금 보유율 1백%)에 달할 때까지 매년 일정액을 적립토록 돼있는 의료보험 시행령과 보험료율 하한선인 3%에 의해 법정준비금이 크게 증가, 보험재정은 날로 살찌는데도 피보험자들은 이렇다할 혜택 없이 종전과 같은 수준의 보험료를 계속 내야하는 불합리도 겪고 있다.
저소득조합에 속하는 S사(제화업종)의 경우 누적적립금이 87년 결산 결과 무려 4백74.2% (22억9천9백만원)에 달함에도 불구, 표준보수월액이 18만1천원에 불과한 종업원들은 1.8%라는 낮은 수진율을 보이면서도 매달 3.0%의 보험료율을 꼬박꼬박 적용 받고 있다.
한교수는 이를 해결키 위해서는 조합의 자율운영을 통해 적립금 초과분을 분만 및 질병수당 등 부가급여나 고액진료비의 보조 등으로 피보험자들에게 되돌려주는 한편, 적정규모의 의보조합을 조성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조합의 적정규모는 적용인구 4만∼5만명 정도이나 86년의 경우 1백44개 조합 중 적정규모를 넘는 것은 48개 조합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이사장「자리」를 많이 만든 의보 조합수의 확대조치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또한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보험료율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로 같은 직장내의 보험료 부가기준 범위의 차이를 꼽는다.
근로자의 총 보수액이 곧 표준월보수액으로 정해지지는 않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보험료를 많이 내는 반면,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는 소득 역진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교수 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외래진료시 환자와 가족의 호주머니에서 직접 내야하는 본인부담률이 85년 평균 36.6%에서 86년 48.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저소득층의 병원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요구되고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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