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 미국의 체제보장 신뢰 못해 … 남·북·미 3자회담서 종전선언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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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미국 약속 지켜질지 걱정” #청와대 “상호 불가침 약속 등 검토” #정의용 주재 NSC 열어 후속 논의

이어 ‘남·북·미 3국 간 핫라인 통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거기까지 가려면 남·북·미 3자 간 정상회담부터 먼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5·26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고위급회담 개최 등 후속조치 방안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간 실무 차원에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상호불가침 약속을 다시 하거나 현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국(남·북·미) 간의 종전 선언 문제는 4·27 선언에도 포함돼 있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협상’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격 또는 침공 의사가 없다’ 등의 약속은 이미 2005년 6자회담 결과로 도출된 9·19 공동성명에도 반영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남북 간에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평화협정 전환 문제 등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을 낮추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단계에서는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 유엔사의 지위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이 최우선 과제로 체제 보장을 들고 나온 것이 추후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실제 논의가 이뤄질 경우 국내 보수 진영의 반발 등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대북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대규모로 할 의사와 용의를 갖고 있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야는 그동안 북한이 제기하는 체제 안전 우려와 관련,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도 한 차례도 군사적 공격을 시도한 적이 없다”며 북한의 체제 보장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만 한다면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에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CVID에 해당하는 비핵화만 한다면 원하는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CVID를 할 경우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며 “그는 행복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번영할 것이다”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계속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가 않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정확하게 들은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미국에 직접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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