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청 개발지 땅값 곳곳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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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충남 서산시의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땅 1500평을 산 김모(45.서울 거주)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매입가(평당 15만원)보다 2만원 싸게 내놓은 지 석 달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아서다. 김씨는 "값을 더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 시장이 싸늘해졌다. 거주요건 강화조치와 함께 내년부터 시행되는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등으로 땅을 싸게 처분하려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8.31 대책 이전보다 적게는 10~20%, 많게는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거래가 안 된다. 기업.혁신도시 등 재료가 부각된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개발 바람이 일었던 수도권과 충청권의 하락세는 올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7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충남 태안군은 기업도시 지정이라는 재료가 먹히지 않은 채 시장이 급랭했다. 태안군 이원.근흥면 일대 관리지역 임야는 평당 10만~20만원으로 8개월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태안 A공인 이모 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침체장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근에는 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60곳이던 태안 중개업소는 현재 94곳으로 줄었다.

당진군 당진읍 관리지역 임야 급매물은 평당 80만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30% 떨어졌다. 차익을 노리고 땅을 산 무허가 중개업자들이 올 들어 매물을 던지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현지에서 1년 이상 살아야 임야나 농지를 살 수 있는 데다 양도세도 무거워 투자 수요가 없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파주.화성시 일대 매물은 지난해 여름보다 2~3배 늘었다. LCD단지, 파주 신도시 개발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던 파주시 탄현면 대로변 관리지역은 지난해 8월보다 15% 정도 내린 평당 85만원 선이다. 수원시 팔달구 1000평짜리 대지는 공시지가보다 10% 싼 평당 45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강원도 홍천군.춘천시 일대 급매물도 지난해 여름보다 10~20% 떨어졌다. 2009년 개통될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인근인 데다 허가구역.투기지역에서 제외돼 지난해까지 외지인이 몰렸던 곳이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레저도시 건설) 영향으로 투자자로 북적거렸던 전남 해남.영암군 일대도 찬바람이 분다. 해남군 화원면 관리지역 밭은 지난해 여름만 해도 평당 2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15만원 정도다.

토지개발업체인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힐 연말에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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