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의 핵실험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은 어떤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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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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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폭파했다. 그동안 정부와 국내 언론은 지명을 따 ‘풍계리 핵실험장’이라고 불렀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핵실험이 이뤄졌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영변 핵 단지와 더불어 북한의 핵 억제력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정보당국과 북한 연구자들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이 지역을 면밀히 주시했다.

풍계리는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핵폭발이 이뤄지는 지하 갱도는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여러 갈래로 뻗은 달팽이관 모양으로 건설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달팽이관 모양의 가장 안쪽에 설치된 핵폭발 장치를 터트리면 가스나 잔해가 갱도를 따라 급속히 퍼지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두꺼운 격벽과 다중의 차단문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장의 갱도 입구는 총 4개다. 동쪽에 있는 1번 갱도는 북한의 첫 핵실험 당시 사용됐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폐쇄됐으며 북서쪽에 있는 2번 갱도는 북한이 2~6차 핵실험에 사용한 곳이다.

2번 갱도에서 남쪽으로 150m가량 떨어진 4번 갱도는 북한이 4~5차 핵실험 준비 중에 굴착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10월부터 굴착을 재개했고, 가장 남쪽에 있는 3번 갱도는 북한이 2012년 3월 굴착을 완료한 뒤 현재까지 유지‧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2‧3‧4번 갱도와 막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에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북한의 핵 고도화 능력이 표출된 장소”라며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미래 핵 능력이 매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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