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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압수수색, 딸은 포토라인…한진家 오욕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등 혐의와 관련해 한진빌딩 등 10곳이 압수수색 당했다. 이날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했다. [중앙포토]

24일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등 혐의와 관련해 한진빌딩 등 10곳이 압수수색 당했다. 이날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했다. [중앙포토]

24일. 한진그룹 조씨 일가에게는 ‘오욕’의 하루였다. 아버지의 ‘탈세 혐의’로 한진빌딩 등 10여 곳이 압수수색 당했고, 딸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포토라인에 다시 섰다.

이날 서울남부지검은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오전 9시30분에 시작됐다.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석기업·한진 칸 등으로 압수수색이 들어온 상태다. (조 회장의) 형제분들 댁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 등 자녀들은 선친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해외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 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납부 하지 않은 규모는 500억원대고, 이를 내지 않아 부과될 과태료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받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조 회장 측은 “2016년 4월 인지하지 못했던 해외 상속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올 1월 국세청에 상속세 수정 신고를 했다. 일부 완납 신청을 하고 1차 연도분 납입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뒤늦게 세금을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은 조양호 일가의 법적 책임 여부를 묻기 위한 중간 단계로 보여진다.

24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4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압수수색이 시작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12시 55분쯤에는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 양천구의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했다. 그는 양손을 모으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3년 5개월 전인 ‘땅콩회황’ 때 검찰에 출석할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인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조씨 일가가 10여년 동안 외국인 10~20명을 데려와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이촌동 집에서 일을 시켰다고 본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비자)·결혼이민자(F-6)만이다. 조사대는 조 전 부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이 불법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외국인들을 국내에 입국시키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 캐물었다.

이미 출입국 당국은 지난 11일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마닐라지점이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한 뒤 외국인들을 국내로 들여보내는 데 관여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대한항공 인사담당 직원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조사 끝에 24일 실질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 있는 조 전 부사장을 부른 거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아버지의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날이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중앙포토]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중앙포토]

노영희 변호사는 “압수수색과 법무부 출석은 앞으로 조씨 일가에게 펼쳐질 일에 비하면 작은 일이다.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국민의 눈초리를 받아온 행정·사법기관이 이들의 전횡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태도로 돌아선 이상, 헤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은 폭행·상해 등의 혐의로 28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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