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스틴 코모토 글·그림, 송병선 옮김
주니어파랑새, 40쪽, 9000원
손자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풀어놓은 할아버지의 이야기 보따리다.
뱃사람이었던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씨앗을 모았다. 씨앗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 속엔 각 지역의 문화와 특징이 녹아 있다.
북극의 씨앗은 추위를 피할 수 있게 반드시 땅이 갈라진 틈으로 떨어져야 싹을 틔울 수 있고, 사막의 씨앗은 싹이 나오면 몇 분 동안만 꽃을 피웠다가 이내 뜨거운 햇빛에 말라버린다.
집 짓는 재료가 되는 씨앗도 있고, 전쟁터에서 무기가 됐던 씨앗도 있다.
중간에 생뚱맞게 튀어나온 "모든 나무에는 씨가 있나요"란 손자의 질문은 우리 아이들도 가질 법한 궁금증이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원리에 대해 설명할 기회다.
그림도 볼 만하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을 다양한 구도의 유화에 담았다. 인디언들이 서 있는 황금빛 벌판, 아마존의 푸른 밀림 등을 표현한 세심한 붓자국이 지면에서도 생생하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