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지’ 올림픽 도시 강릉…정치 성향 변화 바람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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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에 설치된 6.13 지방선거 홍보 시설물. 박진호 기자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에 설치된 6.13 지방선거 홍보 시설물. 박진호 기자

“예전엔 참 보수 쪽에 확 기울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졌어.”

인구 21만명 강릉시 정치 성향 변화의 바람 #올림픽, 남북정상회담 어떤 영향 미칠지 관심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우모(67)씨는 6.13지방선거 분위기에 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씨가 “요즘엔 후보의 공약과 인물을 보고 뽑는 것 같다”고 말했자 옆에 있던 일행은 “그래도 연세 많은 분은 당을 많이 따져…”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60대가 넘어가면 보수가 많고, 40대 미만은 진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손님들로 붐비는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 모습. 박진호 기자

손님들로 붐비는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 모습. 박진호 기자

강릉 역대 지방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 강해

‘보수의 성지’로 불리던 강릉시는 6.13 지방선거 최대 관심 지역 중 하나다. 역대 선거에선 보수 진영 후보들이 유리했지만, 최근엔 정치적 성향 변화의 조짐을 보여서다.

인구 21만명의 강릉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강했다. 1995년 민선 이후 심기섭 시장과 최명희 시장이 각각 3선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까지 진보 진영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최명희 강릉시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강력한 현직이 없어지면서 무주공산이 된 상황이다. 한때 시장 선거 후보자가 16명에 달하기도 했다.

현재 시장 선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최욱철(65), 자유한국당 김한근(54), 무소속 김중남(55), 무소속 최재규(57) 후보 등 4명으로 압축됐다. 이처럼 선거전이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건 2006년 4회(5명) 이후 12년 만이다.

손님들로 붐비는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 모습. 박진호 기자

손님들로 붐비는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 모습. 박진호 기자

후보들 경력과 잠재력 상당한 영향 미칠 듯

후보들을 보면 정당 여부 못지않게 개인의 인물과 경력, 잠재력 등이 유권자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최욱철 후보는 14·15·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1993년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서서 집권당의 후보를 꺾으면서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것은 최대 약점이다.

한국당 김한근 후보는 국회 법제실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보수 표심의 분산과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무소속 김중남 후보는 강릉시 공무원과 공무원노조 전국위원장 출신으로 강릉시민단체협의회 대표를 맡아 지역의 현안 해결과 지역발전 제안 등의 활동에 앞장서왔다.

최재규 후보는 3선 도의원에 도의회 의장까지 지낸 정치인이다. 당초 자유한국당 공천 경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에 설치된 6.13 지방선거 홍보 시설물. 박진호 기자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에 설치된 6.13 지방선거 홍보 시설물. 박진호 기자

역대 대통령 선거 표심만 봐도 흐름 보여

이 밖에도 강릉시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메인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면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후 올림픽이 발판이 돼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진 것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KTX 개통과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등 불과 몇 년 만에 환골탈태한 강릉을 보는 시민들의 심리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직장인 김모(31·교동)씨는 “지난 대선 이후 강릉지역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올림픽이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여당을 긍정적 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성향 변화의 바람은 역대 대통령 선거 표심의 흐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60%, 새천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35.31%, 17대 대선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5.40%,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14.81%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18대 대선 역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65.76%,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33.83%를 얻었다. 하지만 19대 대선 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31.55%,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33.72%를 얻는 등 접전이 펼쳤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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