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선박 화재... 선박 외벽 절단하는 등 확대 방지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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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에 정박중이던 자동차 수출용 화물선에서 불이나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자동차 수출용 화물선에서 불이나 소방당국이 진화중이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항에 정박 중이던 5만t급 대형 자동차 운반선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은 선박 내부에서 발생, 진입하기 어려워 진압이 어려웠지만 10시간 만에 큰불은 잡았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9분 인천항 제1부두에 정박 중이던 파나마 국적의 5만2442t급 대형 중고차운반선 오토배너호 내 11층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선내에 있던 선원 등 28명이 갑판 위로 대피, 고가 차 등을 이용해 지상으로 이동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불을 끄기 위해 수관을 끌고 가던 김모(48) 소방대원이 파이프에 걸려 넘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선내 차량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1층에서 시작된 불이 12층과 13층에 있던 차량으로 옮겨붙어 소방대원들의 진입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화재 당시 11층에 200여 대, 12층 500대, 13층 500대, 1~4층 900대 등 모두 2100여 대가 선적돼 있었다. 이 배의 길이는 199m, 폭 32m, 높이 18m 규모로 최대 580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다.

인천항에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자동차 수출용 화물선에서 불이났다. 사진은 소방포를 갖춘 서해중부해양경찰청 3000t 급 함정이 물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항에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자동차 수출용 화물선에서 불이났다. 사진은 소방포를 갖춘 서해중부해양경찰청 3000t 급 함정이 물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매뉴얼에 따라 화재 진압 방식을 ‘화점 진화’에서 ‘확대 방지’로 전환했다. 화점 진화가 원칙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불길이 갑판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번지는 등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도록 하고 있다. 소방헬기 2대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소방대원들은 선미 쪽으로 진입, 불이 확대되지 못하도록 층별 방수작업에 나선 것이다.

또 오후 들어서는 열기 배출을 위해 선박 우측 중간 부분 10∼13층 외벽에 가로·세로 1m 크기의 구멍을 뚫고 있다. 모두 5개를 뚫었다. 열기가 빠져나가면 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열기가 빠지면서 불은 소강상태를 보여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큰불은 잡은 상태라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중부해양경찰청도 소방 포(1분당 10t을 쏘는 물대포)가 장착된 3005함과 3008함 등 3000t급 함정 2대를 지원, 확대 방지에 나섰다. 또 차량에서 나온 기름 유출 방지를 위해 방제선도 투입됐다.

인천소방관계자는 “5개의 구멍을 뚫어 배 안의 열기를 빼내고 선미 쪽에서 확대방지 등으로 나눠 어느 정도 진화했다”며"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 중이나 선박 내에 적재된 차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토배너호는 미국에서 출발해 지난 19일 인천항에 입항했으며 중고차 선적 후 어 22일 오후 10시쯤 리비아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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