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경제학자 임원택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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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원로 경제학자이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인 임원택 서울대 명예교수가 13일 오후 별세했다. 84세.

1922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도쿄대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43년 학병으로 끌려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해방 이후 서울대 정치학과에 편입, 대학을 졸업한 뒤 71년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89년까지 재직하며 경제사상사와 경제학설사를 강의했다.

임 교수의 제자인 서울대 홍기현 교수는 고인에 대해 "독창적인 시각에서 가치론을 정립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마르크스경제학과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을 모두 지양(止揚)하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정립하려고 평생 노력했다.'제2자본론'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고인은 강의 시간에 "자유는 필연의 인식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사회를 관통하는 법칙을 제대로 읽어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한글 전용에 대해 '우민(愚民)정책'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한자 사용에 적극적이었다.

5.16 이후 군부의 서슬이 시퍼렀던 제3공화국 시절 김종필(JP)씨가 학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참석해 "군인이 정치에 나서면 안된다"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고인의 조교를 했던 숙대 이영섭 교수는 "양복 소매가 닳을 때까지 옷을 입으실 정도로 매우 검소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열성적인 강의로 유명했던 고인이 전례없이 휴강을 하기도 했다. 하나뿐인 양복을 세탁소에 맡겨서 입고 갈 옷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나중에 제자들이 돈을 모아 양복을 맞춰드렸다"고 회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숙(78)씨와 동열(56.안동유통대표)씨 등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도 분당의 서울대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031-787-1508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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