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휴먼골프 <6> 만화가 이상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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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휴먼 골프를 위해 이상무 화백이 직접 그린 독고탁의 샷하는 모습.

독고 탁.

1970년대 만화를 열심히 봤던 사람들은 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만화가 이상무(60) 화백은 어려운 가정환경을 헤치고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하는 '독고 탁'을 통해 당시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고등학생 때인 63년에 만화가로 데뷔한 이 화백은 월간잡지 여학생에 '노미호와 주리혜'를 15년 동안 연재했고, 소년중앙에 '우정의 마운드''비둘기 합창' '달려라 꼴찌' 등을 연재했다.

청소년 만화를 그리던 이 화백은 18년 전 고우영 화백(지난해 타계)이 '머리를 얹어 줘' 골프에 입문한 뒤에는 '싱글로 가는 길' '불타는 그린' '색즉시공' 등 골프만화를 개척해 왔다.

이 화백과 최근 영종도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 72에서 라운드했다. 크지 않은 체구에 올해 회갑을 맞는 이 화백이지만 여전히 파워 샷을 구사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30~240야드로 60대라고 믿기 어렵고, 여기에 정교한 어프로치는 늘 상대방을 긴장시킨다.

그는 집게손 퍼팅을 한다. 왼손가락을 다 펴서 두 손을 X자로 고정시킨 독특한 모습이다.

"퍼팅할 때 입스 현상이 생겨서 나름대로 그립을 이렇게 고쳤어요. 제가 간이 작은가 봐요."

집게손 퍼팅으로 3~4m 퍼팅을 쏙쏙 집어넣는 것을 보면 그가 고수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지금은 80타 전후를 치지만 전성기 때 최저타가 2언더파라고 한다.

"돌아가신 고우영 화백, 그리고 박수동.허영만씨 등 주로 만화가들과 함께 골프를 쳤어요. 모두 열정이 강한 분들이라 정말 맹렬하게 쳤죠."

예술과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끼도 다른 것일까? 그들은 당시 경기도 R골프장을 자주 갔는데 겨울철에는 홀 중간에 있는 바위틈에다 양주병을 숨겨두고 그 홀에 가면 캐디 몰래 살짝 내려가서 딱 한 잔씩 마시고 올라왔다고 한다.

"만화가라는 직업은 골프에 유리한가요 불리한가요?"

"유리한 점은 늘 필드와 그린, 그리고 스윙자세를 머릿속으로 상세하게 그려본다는 점이겠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만화는 다소 과장해야 시원한 맛이 있잖아요. 그런데 스윙은 과장하면 망가지니까 가끔 손해도 보죠."

그의 경험에 의하면 차분하게 그림 그리듯이 필드와 스윙 자세를 그려보는 날은 점수가 좋은데 오버하는 날은 반드시 무너진다고 했다. 이날 그는 종종 '그림 같은' 샷을 날리면서 81타를 쳤다.

"골프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뭐죠?"

"운동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머리가 깨끗해져서 작품활동을 하기가 좋아집니다. 게다가 골프는 꿈.도전.열정이라는 정신적 에너지까지 제공해 주잖아요. 이런 골프의 매력을 만화로 전하는 거죠."

스포츠는 청소년에게나 어른에게나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주고 대인관계를 좋게 해준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 인간 냄새 물씬 나는 고향 이야기를 다룬 만화창작에 푹 빠져 있다.

오늘의 원 포인트 레슨='먼저 그림을 그리고 스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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